다른 모두가 그렇듯

근데 정말인가요?

by 김바롬

오랜시간 강 바닥 뻘밭에 퇴적되어 있던 쓰레기가 떠오르는 것처럼, 굳이 되짚지 않으려던 기억이 일상의 여상스러움을 딛고 떠오를 때가 있다.


기억 속 어린 소년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사람은 아니지만, 여름에 떠밀려 어느새 자취를 감춘 봄처럼 이제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떠밀려 30대 아저씨가 된 나는 의젓하게 소년, 혹은 소년의 환상에 다가가 제법 어른 구실을 해보려 한다. 왜 울고있니? 그러나 난 곧 세상에 없는 소년이 겪었던 일들을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울지 않을 수 없다. 놀라서 눈물마저 멎은 소년은 눈을 끔뻑이며 다 큰 어른이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너무 자주 언급되어 만만하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극복'이란 건 쉽지가 않다. 생각할 수록 억울한 마음만 깊어질 뿐이다. 그 처지에 이르기까지 나의 선택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어째서 그런 가혹한 경험들을 해야만 했을까?


한때는 이미 그 모든 걸 '극복'했고 이제 괜찮다고 굳이 힘주어 말하기도 했지만, 실인즉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괜찮지 않다. 아마도 영영 상처는 낫지 않을 것이다. 괜시리 건드려보며 고통스러워 하지 않는 것. 통증이 느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음 발걸음을 딛는 것. 그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다른 모두가 그렇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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