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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Aug 13. 2022

연어는 원래 싸다

악마는 연어를 먹는다

 십 수 년 전 잠깐 회전 초밥 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 사장은 평균치로 따져도 그닥 높다 할 수 없는 나의 역대 고용주들의 인성을 고려해도 압도적인 썅놈이었고, 그 덕에 그닥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별다른 감정이 없다. 뜻밖에도 이후 다시 마주할 일 없는 과거의 인물에 대한 미움이란 유지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


 정작 여지껏 기억 속 깊이 박혀 이후로도 잊기 힘드리라 느끼는 것은 따로 있다. 그 이전과 이후에 해왔던 다른 일들과 다르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던 업무의 틈새, 바빠죽겠는데 불러 세워 놓고도 한참을 못마땅한 표정만 보이며 뜸을 들이던 객 하나가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 여긴 연어가 왜 이렇게 비싼 거죠? 연어는 원래 되게 싼 생선인데.


 ...그 씹새끼는 대체 어떤 대답을 원할걸까? 대답을 원하긴 했을까? 이토록 시간이 지났지만 잊을만하면 종종 자문해본다. 아마도 불합리한 가격에 분노했고, 그저 다신 안 와야겠다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만만한 어린 알바생(더불어, 그 땐 또 엄청 귀여웠다)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까? 그렇다면 꼬리를 물고 또다른 질문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인데?


 물론 안다. 기분문제겠지. 별 다를 것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절감하는 사실이다. 세상만사 기분문제라는 거. 구십구프로도 아니고 일백프로 기분문제라는 거. 거 왜, 심지어 소크라테스도 기분문제로 죽지 않았는가.


 하지만 적절한 답은 아니다. 다시 한 번 묻는데, 대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집요하게 묻다보면 매우 불쾌한 답에 다다른다. 만만한 상대에 대한 괴롭힘은 아마도 우리 두뇌 깊숙한 곳의 쾌락 중추를 활성화 한다. 그러니까 상대의 당황과 고통, 괴로움 그 자체가 보상인 것이다.


 요새는 누구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의문, 악마는 실존했던 것이다. 세상에, 다름 아닌 우리의 두뇌 깊숙한 곳에 단단히 박혀 타인의 고통을 먹고 살고 있는 것이다. 달 너머로 망원경을 쏴 보내는 21세기에 말이다.


 아마도 요새 그 기억이 자주 나는 건, 직장인은 그런 질문쯤 하루에도 몇 번 씩 듣는다는 걸 그 때는 몰랐던 탓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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