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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Feb 07. 2023

삶의 재능에 대하여

미완의 결산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다양한 재능들이 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고, 그런 재능을 부끄럽게 하는 부단한 노력으로 함양한 것도 있고, 그런 재능을 절망하게 하는 타고남과 노력이 병행된 종류의 것도 있다. 학문에 관련된 재능, 예술에 관련된 재능, 신체에 관련된 재능, 특히 요새는 돈을 굴리는 재능이 가장 각광받는 듯 하다. 아니, 그건 늘 그랬던가?


 보다 덜 흔한, 정확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흘려보내는 재능들도 있다. 이를테면 상대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재능, 적절한 질문을 할 줄 아는 재능, 상황과 시스템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빠른 재능 등.


 이러한 재능들은 앞서의 것들에 비해 인생을 수월하게 해주는데에는 보다 간접적인 영향만을 끼치지만, 영원히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주급으로 보통 사람 연봉의 수십배를 버는 일류 스포츠 선수라도 300년 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다면 감자만 캐다 죽는 수밖에 없다. 오래지 않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지각색의 재능들을, 설령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발휘하지 않고는 안 될 시대가 올 것이라 본다. 거 왜, 닭 울음소리를 잘 내서 주인을 구했다는 춘추전국시대의 어느 식객처럼.


 그 무수한 재능 중 시대의 흐름이나 상황과 처지에 상관없이 요구되는, 타고나든 노력을 하든 타고남과 노력을 병행하든 누구나 반드시 가져야하는 재능도 있다. 우리 모두 좋은 직업인이기 이전 좋은 인간이어야 하듯, 남다르고 뛰어난 재능이라 한들 보다 근원적인 재능이 밑바탕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무너져버린다. 삶 그 자체에 대한 재능, 어떠한 삶이든 그것을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재능이다.


 안타깝게도 다른 무수한 재능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삶의 대한 재능조차 범재 내지는 둔재에 가까운 듯 하다. (설마 바보는 아니겠지. 제발...) 짧은 견식이지만 운 좋게도 삶의 천재는 아닐지라도 수재에 가까운 사람 몇몇을 직간접적으로 겪을 기회가 있었다. 삶의 재능을 이루는 요소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나, 나름 그간 생각해본 가설들을 정리하여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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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판단의 기준. 확신하고 있으나,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함.


2. 철학의 내재화: 철학을 말로 아닌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 마음가는 데로 해도 자신의 철학대로 행하게 되는 것.


3. 회복력: 시시때때로 인생을 덮쳐오는 회의감을 비롯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능력.


4. 반복: 인생에서 대부분의 노력은 그 결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으며, 때론 그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 옳은 것이라 믿고 있는 길을 계속 걷는 것. 눈 먼 성실함과는 다른.


5. 이중시점: 세부와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 지인 중 한 분은 '자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라 표현했다.


그 외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극복하는 것(언젠가 또 다른 지인에게 들은 표현인데, 어쩌면 삶의 근원적 우울을 포착한 가장 적절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제도권 밖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극복(딱히 제도권 밖이 더 좋을 건 없지만, 제도권에 매몰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위험하다), 존재에 대한 존중(대부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등등.


 시간이 지나며 더 명확해지고, 통합되고, 삭제되고, 추가되고, 압축되겠지만, 이상이 지금껏 파악한 (혹은 그렇다고 믿는) 삶에 대한 재능의 구성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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