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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Mar 03. 2023

조각배 위에서

이 또한 삶의 재능

 퇴사 후 두 달이 지났다. 간혹 군대꿈을 꾼다는 예비군처럼 재입사하는 꿈을 두어번 꿨다. 회차가 적지 않게 쌓인 백수생활이 준 교훈을 받들어 취침과 기상 시간만큼은 되도록 일정하게 맞추려 하지만, 나머지 모든 것들은 최대한 느슨하게 처리하고 있다.


 ...라고 할 수 있는한 게으름을 부렸는데도, 두 달이 지나니 휴식을 포함한 대부분의 밀렸던 일들은 처리됐고 눈 앞에 바다처럼 광막한 시간이 파도치고 있다.


 어쩌면 이 또한 삶에 대한 재능을 이루는 또 하나의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홀로 감당해야할 저 거대한 규모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간단히 말해, 심심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요샌 그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심심할 땐 주로 집안 청소를 한다. 덕분에 이 좁아터진 단칸 자취방 구석구석 묵은 먼지가 이토록 많았는지, 그게 또 얼마나 빨리 다시 쌓이는지 놀라움의 연속이다. 누군가는 심심할 때 발뒷꿈치 각질을 제거한다는데, 내일 아침 산책 후에는 다이소에 들러 굳은살 제거기를 사야겠다.


  오래지 않아 간절해질 이 넉넉한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을 작정이다. 적어도, 계란처럼 매끈한 뒷발꿈치라도 건져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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