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의 끄트머리
관악산에 흥청망청 벚꽃이 흐드러지도록 때늦은 동안거는 끝나지 않는다. 바틀샾 직원이 내 이름을 외우고 알아서 적립을 해주기에 당분간 발길을 끊기로 했다. 김유신의 애마가 그러했듯 직원 또한 친절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
아마도 평생가지 않을까 했던 상처도 꾸득꾸득 딱지를 내며 아물기는 한다. 무리하게 딱지를 떼어내 상처를 덧내는 대신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일 테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려는 삶 만큼이나,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으려는 삶 또한 공허하다. 내가 소크라테스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