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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May 27. 2023

브런치라서 다행이야

삐라라도 뿌릴 뻔

 지난 주엔 인천의 영화제에 다녀왔다. 시작을 기다리며 먹었던 회덮밥이 문제였는지 속이 안 좋아 금방 돌아왔다. 또 한 번 절감했다. 나는 회도 잘 먹는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20대였을 뿐이었다.


 그래도 다녀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정재은 감독을 봤다는 것이다. 나는 다가가서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 분이 생애 낯선 사람에게 수천 번은 들어봤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너무나 감명깊게 봤다고 말하고 싶었고, 한 술 더 떠 영화 속 태희와 지영을 따라 호주 워홀도 다녀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쑥쓰러워서 그러지 못했다. 위대한 디마지오 선수를 눈 앞에 두고도 쑥쓰러워서 말을 걸지 못했던 멕시코 만류의 고기 낚는 노인처럼.


 별 거 아니지만 꼭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일화였는데, 독신자에 집돌이에겐 별다른 기회가 없다. 아무 얘기나 해도 공들여 들어주는 누군가라는 이기적인 꿈을 꾼다. 이곳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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