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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ul 29. 2023

AI와 살리에르

새로운 신의 사자 앞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순간이었다. 수 년 전 알파고의 출현에, AI가 바둑으로 인간을 이겼다는 것에 경악했던 사람들은 불과 며칠 후 인간이 AI를 이겼다는 것에 경악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진화속도가 엄청날 것이라 말했고 대부분 동의했지만, 돌이켜보면 조, 경, 해와 같은 것을 말할 수 있어도 실감하지 못하듯 우리는(적어도 나는) 그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AI가 쓴 시를 기반으로 한 지인의 공연을 보러간 적이 있다. 기획단계에서 신선했던 소재는, 공연직전 쳇GPT의 출현으로 태어나기도 전에 늙어버렸다.


 최초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것 중 최초로 이런 상황을 예견한 책에서는 말미에 AI가 가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며, 제아무리 발달한 AI라 한들 모짜르트 앞에 살리에르에 불과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는 그 반대의 결과를 암시한다. 머지않아 온갖 지랄발광으로도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절망하는 살리에르의 역할은 바로 우리가 맡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부지런히 정진하여 '신의 한 수'로 AI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을까? 가능성이 극히 낮을 뿐더러 AI는 즉시 그 타격을 수복하고 다시는 같은 방식의 공격에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증명했듯 말이다. 그렇다면 구름너머 정복할 수 없는 산봉우리를 아연히 바라보며 그저 산어귀 주막에 눌러앉아 막걸리나 마실 것인가? 유혹적이지만, 원하지 않았으나마 기왕에 단 한 번 있는 여행에 온 참인데 무리하진 않더라도 숙소에서 잠만 자다 가고 싶진 않다.


 또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여 그 수혜자가 되는 것. 딥러닝의 특성상 그 활용은 또한 공급의 한 형태일 수도 있다. 장차 활용될 로우데이터를 쌓는 셈이다. 나의 글, 문장, 행간, 나도 모르게 젖어있는 습관과 특색이 어쩌면 언젠가 씌어질 순수 AI문학에 기여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뭐 결국은 의미없는 고민인듯 하다. 어떤 결론을 내려도 내가 지금 해야할 것은 변함이 없다. 되도록 좋은 글을 쓰는 것, 그 이전에 많이라도 쓰는 것, 근본적으로 꾸준히 쓰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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