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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by 유목상점

기억을 더듬어 빈집으로 향해있을 법한 방향으로 운전을 했다.

수곡동을 지나 모충동에 다다랐다. 도로를 한번 넘고 골목 안으로 정차했다.

이곳에 온 이유를 속으로 다시 생각했다. 오래전 외가 쪽 어른들과 옛날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아래로 모인 집들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서 살던 사람과 마주쳤다. 너스레를 떨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빠져나왔다. 다시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갔다. 집들 사이에 틈새가 보였다. 푸른 버드나무와 아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다시 틈새로 시선을 옮기고 비집고 들어갔다. 여전히 긴장한 상태로 몸에 잔뜩 힘을 주고 걸음을 하나둘 떼었다. 틈새 뒤 마른풀에 가려져 노란 고양이 세 마리가 보였다. 개의치 않고 집의 문을 열었다. 천천히 집을 보았다. 그전만큼 구석구석 보지 않았다.

낯설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열린 문과 닫힌 문 식은 공기와 나의 체온이 섞이지도 않는 차가움이 가득하다. 텅 빈 집의 기분은 잊을 수 가없다. 더 안에 깊이 박힌 집들은 비어있는지 더 오래되었던 것 같다. 이미 진작에 무너진 지 수십 년 된 곳들도 있기도 하다. 골목초입에 가장자리에 반짝이는 돌을 들었다 내려놓았다. 수정결정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돌이었다. 한 손으로는 들 수 없는 무게였다.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언덕으로 올라가며 양쪽으로 집들을 살펴보았다. 다시 초등학교가 나왔고 내리막길로 향했다. 꾀나 복잡한 미로처럼 되어있어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에는 개발과 상관없이 빈터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또 반짝이는 것을 찾았다. 예쁜 꽃이 그려진 유리컵이다. 바로 뒤에 보이는 집을 들어갔다. 정갈해서 바로 들어와 살아도 될법하게 말쑥한 집이다. 다음으로 들어간 집은 정원이 아담한 집이다. 동백과 앵두 홍매화가 피어난 곳이다. 올해의 봄을 아니 그 오래전부터 봄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동네가 되었다는 사실이 잔혹했다. 무언가 일부러 장난을 치듯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이 살던 집, 그다음 집은 목재로 내부가 장식된 집이다. 낡고 두껍게 쌓인 먼지와 미지의 이층이 있는 집이다. 집의 일부를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호기심과 낯섦,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검증되지 않은 비밀의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닫힌 문들은 연신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했고 잠긴 상태의 문들도 약간의 이격으로 덜컹거려 온다. 마치 멀리서 무언가 뛰어오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니면 집을 지키는 신들의 장난 같기도 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같은 것들도 있었다. 집에 걸린 십자가 굳게 닫아놓은 문, 무겁게 내려앉은 돌, 부서진 틈을 메우고 있는 무언가 들을 나는 눈으로 훔쳐보고 들었다 놓고, 그러면서 균형을 흩어놓았다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왔던 것 같다. 아침이 되면 분명 멀쩡해지거나, 허기에 잊힐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꿈속에서 다시 회자되겠지. 집으로 챙겨 온 사물들과 잘 지내야만 이 두통이 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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