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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by 유목상점

빈집을 다니면서 필요 없어진 것을 많이 보았다.

나도 그래질 것 같아서였을까.

육신은 죽어 없는데 남겨져 무엇하나 죽어서 남긴 쓰레기 더미일 뿐이고 산자에게 의미 있어 보일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 취한 것들을 죽으면 소용없어진다는 말은 저것을 집어들 손가락이, 손목이 발견한 육안이 불타 없어진 이후라서 그렇겠다.

사람은 역시 죽어서 폐기물을 남기고 쓰레기를 남긴다.

호랑이처럼 아름다운 가죽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두려움과 음습함 불안한 호기심 오기 따위의 낯선 상태에 대한 미지의 기분에 취하는 것

이것은 잘 갖춰진 집안에 있는 동안 온몸이 나태해진 상황과 정반대의 기분 같은 것이겠다.

일종의 환기 같은 것이고 내 작업은 작업의 대부분은 집 밖에서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지배적이고 할당된 요소들이 밖에서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겠다.

말끔한 빈집, 옛 흔적이 남아있는 빈집, 곧 비게 될 집까지 온기가 사라진 상태로 남은 건물(집)들은 모양새가 다 다르다.

사직시장, 모텔촌, 복대시장, 개신동 방죽말, 황와촌 등이 그러하다. 왜 집은 사람이 먼저 떠나는가 싶은 몇 년 동안의 의문들이다.


돈의 논리가 그렇게 만든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기능상의 유효함이 임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지금도 계속되는 시장 구조에서 낡고 오래된 것이 수십 년을 유지하고 있는 꼴을 볼 수가 없다.

오래될수록 가치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일찌감치 하자가 발생하거나 문제를 발생시키기에 금세 사라지게 된다. 아니 사라지도록 만들어놓는다.

그러다 하늘빛이 벌써 붉거나 푸르러서 높은 만큼의 공허를

감지하게 되면 내 존재도 금세 그러할 것 같아만 진다. 여타의 다른 유기체들처럼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내 유치(齒)를 가져간 까치는 돌아오지 않는 도시아래 새로 만들어질 집의 재료가 될 낡은 집들이 흙이 되는 과정을 읊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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