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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공 이야기

by 유목상점

숲 속의 너른 들판 위 연못에 빨간 공이 떨어졌다. 이를 궁금하게 여긴 흰색 털의 우아한 담비가 물고기에게

다급한 듯이 말한다. "물고기씨 땅 위로 올라와서 저 빨간 공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게 잘 관찰하고 있어 줄 수 있나요?"

평소에 헤엄치기로 유명해 연못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물고기씨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고

곧바로 힘차게 뛰어올라 물밖 버드나무 그늘 아래로 몸을 던졌다.

때마침 푸른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송골매에게 담비는 또다시 부탁했다

"매씨 “ 그 머리위어 쓰고 있는 안경이 참 멋지군요"

"매씨는 그 안경을 끼고 물속에 숨어서 그 빨간 공을 관찰해 줄 수 있나요?"

그러자 매는 멋지게 하늘을 한 바퀴 돌다가 쏜살같이 연못을 관통해 물속에서 빨간 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담비의 시선은 오직 빨간 공에만 집중되었다.

해가 조금 기울어지고 땅거미가 찾아오기 직전까지 시간이 지나도 빨간 공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알아차린 담비는 버드나무 위 검정털나무늘보씨 에게 수영을 해서 빨간 공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오랜 시간 끝에 담비는 빨갛고 탐스런 공을 갖게 되어 기분이 들떠있었다.

이제까지 본 것 중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는 단비는 나무늘보와 공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나무늘보에게 공놀이를 함께하자고 이야기했으나, 이미 주변은 어두워진 이후였고 달도 기울어져 고요한 바람소리만 귓바퀴를 지나고 있었다.


그다음 날 아침에 담비는 나무늘보가 있던 버드나무를 올려다보았는데 나무늘보는 보이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나무늘보는 보이지 않았다. 더욱더 이상한 것은 버드나무 그늘 아래 물고기씨도 물속에 있던 매씨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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