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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

바보같은 야간산책

by 유목상점



잠이 오지 않는 새벽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중 지인의 SNS를 통해 유성우가 오늘 새벽에 떨어진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순도 100% 자연발생 이벤트는 흥미로운 영역이다. 도시의 온갖 축제들에 비교가 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를 조우할 수 있는 의외의 순간을 마다 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곧장 마당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쌍둥이자리를 찾아 눈을 크게 뜨고 응시했다. 집안 마당에서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가느다란 별의 섬광을 목격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대기질이 좋지 않은 도시환경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결방안을 세워야 한다.
잠시 생각하기 위해 느린 움직임으로 몸을 방 안에 욱여넣었다. 오렌지 빛이 나는 난로를 다시 작동시키니 또다시 간사해졌다. 그럴 뻔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잠도 오지 않기도 했으며 당장 아침에 대단한 하루가 없을 테니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마당에 서서 재차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반복한 끝에 약간의 상상력을 보태봤다. 그렇지도 않은 걸 뻔히 아는 마음은 그냥 집에 있기 싫다로 결론을 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물에 젖은 솜 같은 몸과 마음 간에 실랑이가 드디어 끝이 났다.


한겨울에 입기 좋은 외투를 손으로 구겨잡고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동을 걸기까지 가장 가까운 시골을 머릿속에서 펼쳐낸 후 솎아냈다. 부강 쪽이라면 집과 가까우면서 충분히 별빛을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주는 아니지만 과거와는 달라져 있는 미지의 구역이기도 하다.

두 번째 대안은 정북동이었으나 의외로 주변 불빛의 간섭이 심하다. 아주 특별하지 않고는 고고한 멋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인근의 아파트단지에서 발산하는 빛이 별을 잡아먹은지 한참인지라 포기한다.
나름 내 생활범위에서도 부강은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다. 세종에 속해있지만 청주의 사이에서 느린 속도로 존재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익숙한 길을 지나 시골길에 놓여있게 되었다. 낯선 밤의 국도는 어디로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적만 하기만 하다.

늘 외딴곳에서 헤맬 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시체만 없을 뿐 모든 게 고요하다" 대체적으로 뒤숭숭하거나 외부의 간섭이 없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산책은 대부분 도로 끝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시간도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앞섰지만 캄캄한 새벽 2시 30분은 조금 불안한 구석이 많다.

최근 들어 도시에서 산다는 게 뭘까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결국 도시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 셈이다. 불리할 때마다 도망을 다녔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더더욱 새벽이 끝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무얼 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수십 년째 인생의 절반을 헤매기만 했다.

끝끝내 유성우를 볼 수도 없을뿐더러 자동차 배터리마저 방전되어 어둠에 갇혀버렸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출동기사의 눈에도 나는 분명 이 외딴곳에서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한 사람처럼 보였을 거다. 그래놓고 어려움을 돌파했다고 여긴 나는 신이 나게 집에 온다.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기어이 내일 또 짜증을 부릴 텐데 나는 오늘도 시간을 버렸다. 아니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나에게 절박함이 언제부턴가 사라졌나 보다 가짜 절박함이 점점 해를 거듭하면서 조급하게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멍청한 나와 밤하늘

놀라운 건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이 오늘이 아닌 내일이라는 사실. 네가, 내가 그럼 그렇지 오늘도 한 건 했구나. 어떤 이는 시간을 달린다고 하던데 나는 잉여를 달렸다. 지금 드는 생각은 나는 진짜 유성우를 볼 마음이 있기는 했던 걸까?. 오늘도 나에게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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