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온실 _프롤로그

by 유목상점



도시가 지겨워 떠났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사는 곳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생활에 신물이 났었던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수목원 일은 마냥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처음엔 그랬다.

몇 개월이 되기도 전에 흥미가 사라졌다.


소모품이 되기 싫었다. 나를 포함한 다른 것들이 그랬다.

동물이 식물이 관람객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고 계절맞이용

진열대 상품으로 전락하는 순간들이 악몽 같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올라 나를 숨겨놓았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걸.


비가 오는 날이었다. 편지를 쓰고 이곳을 벗어났다.

매우 어둡고 적막한 밤이었다.

나는 옳은 선택을 한 걸까. 또 어디로 가야 할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결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