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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눈앞에 옮기다

by 유목상점

수목원생활의 잔혹을 눈앞에 옮겨야겠다 마음먹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아름답기만 한 곳이

지옥이기도 하다는 걸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여전히 절망적이었다.


사람에 의해 또 다른 생명이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을 경험해야 하는 건

더 장황하게 말을 이어갈 수 없게 만든다.


내 손으로 파묻은 짐승들은 좋은 곳으로 갔을까?

아니면 구천을 떠돌고 있을까.


그냥 살았을 뿐인데, 태어났을 뿐인데.

수목원을 그만두고 도시,자연 사이를 배회하며 수명이 다한 것들을 애도하기 시작한다.

핵심은 어설픈 것에 있어.

얼기설기 뒤엉킨 수변가 철새의 둥지보다 못해야 해

수목원의 온실과, 동물들의 축사는 그랬다.

계절이 바뀌면 그때마다 보기 좋게 꾸며야 관람객들이

많이 와

심고 뽑고 심고 뽑기를 반복하다 보니 온실의 토양은 진작에 오염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많이 오니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게 동물들을 배불리자"


불법건축물로 인한 벌금을 충당하기 위해 동물을은

기꺼이 자신들을 먹이 주기 체험의 희생양이 되었다.


주말이 지나가면 대부분의 동물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둘 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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