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3일째 저녁
238.
헝크라는 39세 미국인이 술에 취했다. 근처에서 지하수도 교체 작업에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그는 며칠 동안 퍼브에서 밥을 먹으면서 소피에게 치근덕거렸다. 용역업체는 직원들을 돌려가며 하루를 쉬게 해 주는데 헝크가 오늘은 비번이었다. 식사가 되는 시간부터 와서 헝크는 하루 벌은 일당을 퍼브에 다 쏟아붓고 있었다. 헝크 이외에 많은 미국인들이 소피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술에 취한 헝크는 다른 남자에게 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소피가 미워 보였다. 헝크는 소피를 불렀다. 소피는 헝크를 자제시켰다. 헝크는 이렇게 화를 내는 자신에게 제니퍼 로렌스처럼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 소피에게 화가 났다. 순간이었다. 소피의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헝크는 사장을 나오라고 하며 소피를 가리키며 저년이 나를 무시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미국인들이 많은 곳에서 먹고살려면 미국인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느냐, 라며 소피를 질질 끌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찰나 몸을 날려 만취한 헝크의 얼굴을 가격한 이가 있었다. 주먹은 정확하게 헝크의 코를 눌렀고 헝크가 신음을 지를 새도 없이 신발의 앞부분이 헝크의 눌린 코에 다시 정확하게 가서 박혔다. 헝크의 얼굴이 피로 물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소피가 일하는 퍼브에서 같이 일을 하는 블랙우드라고 불리는 한국인이었다. 블랙우드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미국인이 싫었다. 특히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는 미국인. 가진 것도 없으면서 미국인이 아닌 인종을 차별하는 미국인을 죽이고 싶어 했다. 학교에서도 말썽이어서 늘 학교에서 감시 대상이었다가 결국 잘리고 말았다. 약을 취급하는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다는 이유로 학교를 구하지 못해서 퍼브에서 잡일을 하며 겨우 조용히 살아가게 된 동양인이었다. 술이 취한 미국 놈이 소피의 머리채를 끌고 욕하는 모습에 블랙우드는 자제를 잃어버렸다. 블랙우드는 헝크를 가격한 후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헝크의 얼굴과 손가락을 의자로 찍어 못쓰게 만들었다. 마치 미국에 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블랙우드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이 되었다. 헝크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블랙우드는 웃기지 마라며 실형을 살기를 바랐다. “난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소피.”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소피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교도소로 이송되어가던 날 블랙우드는 소피에게 안심하라 일렀다. 자기는 늘 이런 생활이니 신경 쓸 것 없다고 했다.
“난 소피를 도와준 게 아니야. 그저 미국인이 싫었을 뿐이야. 타깃을 찾았을 뿐이라구.” 그렇게 말하는 블랙우드를 소피는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소피는 블랙우드를 찾아가서 면회를 했다. 하루에 몇 분밖에 되지 않는 면회시간이 쌓여 갈수록 블랙우드는 보기보단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소피에게 영어도 가르쳐 주었고 블랙우드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라며 니요의 음악도 알려주었다.
소피는 매일 니요의 음악을 들었다. 클로서 클로서, 하며 부르는 니요의 목소리는 몹시 좋았다. 다른 노래들도 찾아서 듣게 되었다. 흥겨웠고 노래 마디마다 니요의 숨소리가 블랙우드의 숨소리 같아 마음에 들었다. 니요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피는 블랙우드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것과는 다르게 밤마다 보는 오디션은 언제나 쓴맛을 봐야만 했다. 어떤 오디션에서는 윗옷을 벗으라고 해서 소피는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한 매니저는 소피에게 다가와 자신이 운영하는 토프리스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퍼브에서 일하는 시간이 비어 있을 때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블랙우드를 면회 갔다. 소피는 마음을 조금 열어놓고 이야기를 했으며 조금씩 블랙우드의 마음도 열렸다. 블랙우드가 출소하는 날 소피는 하루의 휴가를 받았다. 소피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소피의 소원은 돈을 벌어 다시 인문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를 하고 싶었다. 문화심리학을 더 파고들고 싶었고 인간이 자연과 타협을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폭넓게 알고 싶었다. 블랙우드가 출소하는 날 두 사람은 데이트를 했고 그들은 그날 밤 블랙우드의 집에서 잠을 잤다. 블랙우드의 방은 소피가 생활하는 숙소와는 달랐고 남자의 방이라고 하기에는 꽤 깔끔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