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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39

9장 3일째 저녁

by 교관

239.


“나 남자의 방에는 처음 들어와. 동양인들은 다 이렇게 깔끔해?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도 깔끔한 걸 좋아하나 봐.”


블랙우드는 소피의 가슴을 만졌고 소피는 블랙우드의 입술을 맛보았다. 블랙우드에게는 니요, 블랙 아이드 피스, 제이지, 카니아 웨스트, 퍼피 대디 등 흑인음악이 가득했고 그들의 음악과 소울을 찬양했다. 블랙우드는 캔드릭 라마와 투팍의 음악을 가장 좋아했고 많이 들었다. 캔드릭 라마의 음악에 대해서 블랙우드는 많은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이 많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블랙우드는 소피에게 캔드릭 라마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소피는 블랙우드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다 좋았다. 소피는 블랙우드의 집에서 같이 지냈고 파트타임이 끝나면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일을 다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면 음식을 만들어 놓고 블랙우드를 기다렸다. 블랙우드는 뭐든 잘 먹었다. 음식을 먹고 맛없네, 입맛에 안 맞네, 하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출소 후 블랙우드는 생활이 안 된다 하여 자동차를 정비하는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이곳에서 자동차에 관련된 일을 하면 생활은 가능했다. 물론 꾸준하게 해야 하고 실력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잡일만 하게 되고 돈도 얼마 받지 못한다. 소피는 블랙우드와 잠을 잘 때는 피임을 반드시 확인했다.


블랙우드가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있었다. 소피는 밤 11시가 넘어 갈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블랙우드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 뒷골목에서 만나 거래 따위의 것으로 묶여있는 질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자정이 넘어가고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소피는 앞으로만 가는 시간 속에서 불안도 같이 커져 갔다.


식탁에 앉아서 얼마나 졸았을까. 문을 여는 불협화음의 소리가 들리더니 블랙우드가 들어왔다. 새벽 3시였다. 술은 마신 것 같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몸싸움이나 말썽을 부리고 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공은 술을 마신 것처럼 풀려 있었고 말린 사과에서 풍겨 나는 냄새가 났고 입은 옷은 어딘가에서 마구 앉아 있다가 온 듯 흙이 여러 군데 묻어 있었다. 소피는 달려가서 블랙우드를 부축했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블랙우드는 소피의 팔을 뿌리치고 방으로 올라갔다. 블랙우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했던 것이다.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약을 했다. 가끔 대마를 피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약에 손을 대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대마도 하지 않겠다고 소피에게 약속을 한 터였다. 마약을 복용한 자들은 처벌이 엄중했다.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된다. 블랙우드는 시민권자이지만 비자로 들어와 있는 소피의 사정은 달랐다. 이제 비자가 만료되면 다시 기간을 연장해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블랙우드가 월급을 아직 제때에 받아오지 않아 소피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충당했다. 일주일 전, 이유는 묻지 말고 소피에게는 큰돈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달라는 블랙우드가 떠올랐다. 소피는 블랙우드와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블랙우드는 이른 아침에 나가서 새벽에 표현이 안 되는 냄새를 안고 들어왔다. 소피는 불안했다. 그날도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피는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가로누워있었다.


오늘도 약을 했을까.

어디서 약을 하는 것일까.


쾅, 천둥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소피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힘이 좋은 남자들의 완력에 침대에서 바로 눕혀졌다. “소피, 미안해”라고 말하는 블랙우드의 목소리에는 이미 생명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약이 필요해.”블랙우드는 방문에 기댄 채 서 있었고 흑인 두 명이 소피를 침대에 바로 눕히고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소피는 발버둥을 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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