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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43

9장 3일째

243.


 디렉트 메시지: 아무리 바빠도 휴일은 있고 나에게도 시간이라는 게 주어지지. 작년에 같이 일하는 동료를 따라서 병원에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우들을 찾아가서 봉사활동을 한 일이 있었어. 그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관념 앞에 이미 조용히 무릎을 꿇거나 타협을 한 사람들이야. 과연 죽음이 눈앞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느낌이 어떨까? 그런데 말이야, 그들의 모습은 정말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였어. 우리들처럼 아등바등거리지 않아.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떠나고 났을 때 남은 사람들이었어. 오히려 본인보다 남은 사람을 생각하는 거야. 죽음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야.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기대가 있었어. 당연하지만 흥분도 있었고 망설임도 있었지.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감동도 있었어. 멜로디가 있었고 포용력이 있었어. 물론 두려움과 아픔이 여러 번 존재해있었지. 그들에게는 평온함이라는 우리와 다른 감정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나는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어. 화장실에서 울었어. 화장실은 그런 용도야. 자신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평온해지는데 그동안 나는 몰랐던 거지. 난 그들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하면 이상할까. 그 계기로 시간이 나면 그곳에 들러서 봉사활동을 했어.


 그들이 나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은 내가 그들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들을 옮기거나 물건을 정리하거나 말동무를 하는 정도니까. 그들은 나의 직업이 뭔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의 모습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어. 나를 하나의 인간,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 대우해줬어. 소아암에 걸린 아이는 친구들에게 받은 소중한 초콜릿을 먹지 못하고 있었어. 다 나으면 먹을 거라며 숨겨두었던 걸 나에게 주었어. 난 그 초콜릿을 받을 때 절대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잘 참았는데. 그 꼬마 녀석이 나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어깨를 두드려줬어. 그리고 웃어주었어. 그들은 나를 친구로 대해주는 거야. 친구란 그런 거야. 동양의 멋진 친구도 나를 그렇게 대해주고 있어. 친구란 그런 것이거든.


 마동이 가만히 있자 소피가 다시 디렉트 메시지를 넣었다.


 디렉트 메시지: 셰익스피어가 그랬다고 하지? 오늘 죽으면 더 이상 내일부터 죽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야. 죽음이 눈앞을 가리는 순간까지도 어떻든 고집스럽게 살아가는 거야.


 마동은 죽음에 대해서 다가가 보았고 삶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인간이 삶을 헤쳐나가는 건 어떤 관념을 지니며 어떤 의미인 것인가. 모두가 언젠가는 죽지만 그것은 나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인간은 하찮은 존재다. 사후 경직 3시간 정도가 지나면 인간의 육체는 끝에서부터 그리고 안으로부터 썩어가기 시작한다. 음부의 끝에서 죽음의 꽃은 피어나며 검은 잎의 냄새도 심하게 난다. 인간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존재들이 문명을 이루고 있다. 존재 자체는 하찮을지 모르나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는 또 다른 인간을 풍요롭게 하거나 위태롭게 한다. 소피가 당한 일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고 같인 인간에게 분노가 들었다. 근육이 경직되었고 심장이 3분 전보다 거세게 뛰었다.     


 디렉트 메시지: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는 사후기증을 서약했지. 마음이 아주 기뻤어. 그것이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일인지도 몰라. 죽음이란 삶의 한 부분이야. 죽음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들을 통해서 그걸 알 수 있었어.


 디렉트 메시지: 사람들이 소피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동은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마동은 자신의 진심이 이역만리에 있는 소피에게 통화망을 타고 전해졌으면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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