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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Sep 25. 2020

한국 대학생이 만나고 싶은 2위, 하루키

잡문집에서

괄호 속 하루키의 속 마음이 읽히는 것 같음ㅋㅋ
하루키는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이때부터 슬슬 독자와 어떤 방식으로 자주 만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질투도 꽤 있는 것 같다.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당신이 만나고 싶은 일본인’에서 2위로 뽑힌 하루키는 (도대체) 1위는 누구였을까? 하며 몹시 궁금해하는 것 같다. 마치 피자를 경멸하던 아버지가 피자를 한 번 맛보더니 인정하긴 싫지만 그 맛에 이끌려 접시를 슬쩍 밀어서 담아달라고 하는 뉘앙스의 질투.

도대체 내가 2위면 1위는 누구일까. 굉장히(따지지는 않지만) 여러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속 의미에는 정말 궁금해서 그럴지도 모르고, 나 정도가 한 번쯤 한국 대학생들에게 만나고 싶은 1위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가듯 들지 않았을까.

하루키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오피스아워’라는 대학의 제도를 통해 대학생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거기서 한국 대학생들과도 격식 없이 이야기를 했다. 또 전 세계에서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다른 에세이에는 어느 작은 섬나라에 초대받아 연설을 하러 갔을 때에도-거기는 너무 작은 마을이라 오히려 적은 사람들 속에서 기분 좋게 연설을 했는데 그곳의 학생들이 열렬하게 당신의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루키는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하루키 문학이 확산되었고 그곳의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읽은 것으로 안다)의 대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어떻든 한국의 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일본 사람의 2위에 하루키가 있다. 이런 조사를 또 한 번 했었는데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세계적인 소설가에서도 2위로 뽑힌 것으로 안다. 그럼 1위는 누구인가 하면 헤밍웨이였다. 


하루키가 헤밍웨이에게 밀렸다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수긍하지 싶다. 아니다 어쩌면 기름 장어 같은 면모로 턱에 난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1위는 또 누구지? 한국의 대학생들이 만나고 싶은 세계적인 소설가가 나 위에 또 누가 있지? 하며 옆의 사람들에게, 안자이 미즈마루 씨에게 넌지시 물어보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아직 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살아 있었으니까. 

하루키는 헤밍웨이보단 피츠 제럴드 쪽을 더 좋아하고 그쪽의 소설에 더 기우는 거 같다. 어떤 에세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외국어’라고 생각된다)에는 피츠 제럴드의 딸인가 손녀인가를 만나 피츠 제럴드에 관한, 그가 남긴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 놓은 글이 있다. 

아마도 하루키는, 위대한 글을 썼지만 패배했다고 생각이 들어 총구를 아가리에 넣어 자살을 한 헤밍웨이보다는 파괴되었지만 재능이 소진되는 그 마지막까지 다락방에 앉아서 죽을 때까지 글을 쓴 피츠 제럴드를 소설가로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 


하루키는 (어떤 에세이에서) 왕왕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과는 친구를 해도 좋다고 했을 정도로 위대한 개츠비를 찬양했다. 나는 두 번 읽었으니 나와는 친구를 하면 꽝이라는 말이다. 은유를 넘어 아름다운 직유가 전반적으로 가득한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가 아닌가 하다. 하루키의 글에도, 또는 김영하의 글에도 멋진 문장들이 많은 이유가 아마도 피츠 제럴드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위대한 개츠비는 누구나 번역을 해서 어떤 출판사든지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을 해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거대 공룡 출판사들도 위대한 개츠비를 다 번역했다. 문동의 김영하, 민음사의 김동욱, 열림원의 김석희 등, 그 외에 이름도 잘 모르는 무수히 많은, 정말 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 출간했다.


재미있는 건 김영하 버전이 가장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는데, 김영하와 김석희는 의역을 했고 김동욱 버전은 직역을 했다. 김동욱의 버전은 원문에 아주 충실하다. 단지 한국어로 옮겼을 때 이러쿵저러쿵하고, 반면 김영하나 김석희의 의역은 매끄럽다고 한다. 문장의 예를 들어 보자면,


"다들 썩었어." 내 외침이 잔디밭을 건너갔다. "너는 그 빌어먹을 인간들 다 합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인간이야." - 김영하


"그 인간들은 썩어 빠진 무리예요.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인간들을 모두 합쳐 놓은 것만큼이나 훌륭합니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 김동욱


이렇게 번역하는 번역가에 따라서 읽는 이들이 받아들이는 감정도 달라진다. 그 외 많은 번역가들이 개츠비를 번역했고 다 각각의 팬들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하루키는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라는 메시지를 마음에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고 한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는 이유를 요약하면 단 한 가지라고 말한다. '개인이 지닌 영혼의 존엄을 부각시키고 거기에 빛을 비추기 위합입니다'라고 말한다. 우리 영혼이 시스템에 얽매여 멸시당하지 않도록 늘 빛을 비추고 경종을 울리자, 이것이 이야기의 역할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은 위에서 나온 '벽'이다. 원래 시스템은 우리를 보호해야 하는 장치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상상력을 잃어버리게 되면 시스템 속에 귀속되어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말을 하다가 결국 닳고 못쓰게 되면 시스템에서 버림받게 된다. 거기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야기이고 소설이다. 그래서 소설가들은 날마다 허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하루키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실감할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영혼이 있습니다. 시스템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이용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홀로 작동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위의 책을 보면 KBS에서 짧은 코멘트라도 받고 싶다고 해서 글을 육성으로 읽지는 못해서 다른 사람이 대신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잘 못하는, 즐기지 않는 작가 하루키가 어느 날 팬들을 위해서인지 ‘무라카미 라디오’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요만큼 하려고 했는데 어째 저째 해서 이만큼 하게 되었다. 일이 커지고 만 것이다. 작년부터 무라카미 라디오를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어서 종종 듣고 있다. 들었던 걸 또 듣고 또 들어도 어쩐지 재미있다. 무엇보다 하루키가 선곡한 곡들이 참 좋다. 

하루키가 전면에 나서서 디제이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라카미 라디오다. 곰방와 무라카미 하루키 데스, 하는 육성부터 하루키답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나온다. 처음 올린 유튜브는 스페셜 무라카미 라디오로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노래가 나온다. 이 유튜브 방송은 일본 라디오를 그대로 옮겨 온 것이라 하루키를 좋아하고, 일본어를 한다면 들으면 아주 좋을 듯하다. 나처럼 일본어를 몰라도 그저 틀어놓고 다른 짓을 하기에도 좋은 음악이 나오고 중간중간 하루키의 육성이 들린다. 다른 버전도 들어보면 하루키가 말을 하고 여자 아나운서는 시종일관 재미있어서 웃는다. 여자 아나운서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하루키는 또 안 그런 척하지만 그렇게 재미를 주는 모양이다. 라디오를 듣다 보면 하루키의 육성이 아주 편안하게 다가온다. 친절한 빵 집 아저씨 같은데 또 속을 벌리면 음악에 관한 지식이 보물상자처럼 끝없이 나오고 그에 관한 에피소드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  


더 밑의 무라카미 라디오는 유튜브 ‘심야 북카페‘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로 한국어로 더빙을 해서 듣기가 편할지도 모른다. 하루키가 인사를 하고 음악을 소개하는 걸 방해되지 않게 더빙을 잘해준다. 들어보면 참 재미있다.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악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가 주마등처럼 휘리릭 지나간다. 빠르게 지나가기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상상 속에 하루키가 말을 타고 이랴이랴 하며 음악을 휙휙 던져주는 것 같다. 

하루키는 역시 안 그런 척 하지만 무라카미 라디오를 하면서 요만큼의 길이를 이만큼 늘려서 할 만큼 사람들과 교감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오래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일이네 하루키 씨, 하게 된다. 그만큼 하루키는 독자나 팬들을 가족만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한국어로 된 단편 소설집은 언제 나올까. 


https://youtu.be/S_ey71u3zEI

murakami radio pre #09 special 20191006. jpgr take 


https://youtu.be/x2pNySIUxSw

도쿄 FM [무라카미 라디오]�하루키의 육성 + 한국어 더빙. 북카페 2NE4 [심야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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