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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51

9장 3일째 저녁

251.


 저 멀리 여명이 보인다. 벌써 날이 밝아오는 것인가. 아니다. 아직 시간이 이르다. 그렇다면 저것은 무엇일까.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눈앞에서 그렸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과 가슴골을 보니 목이 뜨거워져 있었다. 오른손을 목 언저리에 갖다 대었다. 확실히 손바닥으로 뜨거운 기운이 밀려왔다. 여명이 세상을 한순간에 밝게 비쳐주었다. 새로 산 전구를 갈아 끼운 듯 세상이 밝아졌다. 하지만 저건 분명히 날이 밝아 오는 것이 아니다.


 저 붉고 밝은 빛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 사람들은 저 밝은 빛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단 말인가.


 새벽에 가지는 시간 개념은 한낮에 보이는 달처럼 아이러니했다. 이 새벽을 사람들은 다른 층위에서 즐기고 있었다. 그런 여름의 하루, 새벽시간에 아파트 옥상의 난간에 마동은 위태롭게 앉아 있었다. 목에 대고 있던 오른손바닥으로 연탄이 자신을 버려가며 재가 되기 직전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마동은 밝아오는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답답하더니 한순간에 에고가 과잉되어서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날이 밝아 온다. 아니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여명 같은 빛이 점점 더 거대하게 빛을 발하며 마동이 있는 난간으로 뻗어 왔다.


 마동은 빛에 잠식되었고 답답함을 느꼈고 몸은 빛에 의해 불타올랐다. 방파제에 나간다면 저 멀리 보이는 빛을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순간 대지가 재빠르게 뜨겁고 강하게 푸른빛을 냈다. 마치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을 인간들이 꼴 보기 싫어서 전부 깨우기 위해 위해 제우스가 심술을 부리듯 과격한 빛을 세상에 뿌렸다. 낮처럼 환해지기 시작했다. 룸바드 스트리트처럼 미간에 주름이 졌다. 환해지는 빛에 닿아 마동의 몸은 너무 뜨거웠다. 빛이 강해서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양손을 겨우 들어서 쳐다보았다. 양 손의 끝에 불이 붙어 버린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몸이며 팔이 뜨거웠다. 그렇지만 핀란드식 사우나보다 더 뜨거운 곳에 오래 앉아 있는 느낌도 아니었다. 무더위에 오랫동안 달려 숨이 차올라 막히는 느낌도 아니었다. 이건 몸이 그저 타오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불이 활활 타올랐지만 만져지지 않는 타오름이었다.


 몸 안의 에고가 타오르고 있었다. 뜨거워서 고통스러웠지만 실체가 없는 불타오르는 느낌을 마동은 어찌하지 못하고 힘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 마동의 양 손을 몸에 갖다 대어봤다. 몸이 뜨거워서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펄펄 끓어오르는 물주전자의 불룩 나온 몸통을 만지는 것과 흡사했다. 마동은 몸이 불덩이 같아서 몸에 갖다 댄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바닥을 타인의 손을 쳐다보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보았다. 마동의 손이었지만 자신의 손이 아니었다. 손바닥이 익어 갔고 손의 움직임이 이질적이었다.


 웅웅.


 마동의 무의식으로 새벽시간 속에 흡수된 사람들의 암울한 소리가 들렸다.


 우우우웅.


 깨어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전달되었다. 몹시 불쾌하고 더러운 의식이 마동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왔다. 그것은 지하세계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 눈이 없는 생물체보다 더 깊은 추악함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의 소리였다.


 웅웅웅.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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