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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23. 2021

패턴을 담아보자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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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인 사진도 좋지만 나는 패턴을 좋아한다. 균형이 확실하고 대칭이 맞는, 접으면 데칼코마니 같은 사진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좋아한다. 패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일정한 형태나 양식 또는 유형’라고 되어있다. 일정한 형태의 반복이 주는 묘한 평온함이 있다. 인간의 삶도 반복된 일상의 연속이다. 반복이 싫어 많은 사람들이 일탈 속 자유를 찾아가지만 일탈이 길어지면 불안해서 일상의 편안함을 찾는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복잡한 시스템도 단순한 패턴에서 시작된다, 삶의, 생활의 패턴이 망가지지 않으려면 매일 열심히 안간힘을 안 쓸 수 없다. 사진의 패턴에 한 번 빠지면 좀체 헤어 나오기 힘들다. 패턴이 주는 통일된 안정감과 반복의 편안함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렇게 되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가 힘들다.


우리가 보통 일상에서 만나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대부분의 형태에 패턴이 들어가 있다. 환장하는 샤넬이나 구찌, 프라다와 버버리 역시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정한 패턴은 예술적이다. 브랜드가 지니는 패턴의 아름다움에서 우리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패턴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안정감이다. 우리가 손에 들고, 등에 매고, 입고 다니는 모든 것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건 큰 장점이다.


추상화인 칸딘스키의 그림에도 패턴이 존재한다. 그건 구상화가인 필립 거스턴의 그림 속에도 패턴이 있다. 산업혁명 시대의 삭막한 분위기를 그린 로런스 라우리의 그림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서도 패턴은 존재한다. 그런 그림들은 언제나 시선을 잡아끌고 보고 있으면 역시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진에서도 패턴이 중요시되는 사진들이 있다. 지난번에 소개한 대형 사진을 담아내는 독일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도 강력한 패턴이 존재한다. 구르스키의 사진에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어떤 무엇을 담은 패턴 사진이 많은데 자연의 패턴도 담으면 꽤 재미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871


자연이란 자유로움의 끝판왕이라 아무렇지 않게 막 자라고, 자기 멋대로 자유롭고, 마음대로 일 것 같은 자연도 일정한 패턴이 존재하며 그걸 유지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담는 것 역시 꽤나 흥미롭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가 어쩌면 자연이 가지는 일정한 패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 비슷하게 생긴 소나무 숲이나 대나무 숲에서 우리는 아주 기분 좋아진다. 5분 전에 일렁이던 파도와 똑같은 파도가 그 자리에서 아직도 치는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기분이 편안하다. 작년의 꽃이나 재작년의 꽃이나 올해의 꽃이나 그게 그거 같은데 역시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인이 인간 생활 전반에 들어온 이후 이 패턴을 잘 이용하여 좀 더 인간이 인간 속에서 인간과 함께 안정감 있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패턴을 많은 곳에 디자인으로 활용했다. 패턴이 지니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예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질리지만 ‘아름다운’ 것(사람을 포함해서 형태를 지니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질리지 않는다.


요즘은 일하러 오면 유튜브로 가장 먼저 틀어 놓는 영상이 화사를 다니는 임고생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다. 그저 일하면서 자판 두드리고 공부를 하면서 필기를 하고 메모를 하는 지극히 소소한 반복의 영상인데 틀어놓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늘 듣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 길거리의 소리, 특히 사각사각 필기를 하는 소리, 아이패드를 건드리고 노트북을 만지는 소리는 백색소음으로 다가온다.


눈에 보이는 패턴, 보이지 않는 패턴을 느낄 수 있는 일상이 있다는 건 꽤나 덜 불행한 매일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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