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Aug 12. 2020

폰 카메라의 진화

사진 이야기


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요즘이다. 망원렌즈를 달고 촬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진이 아닌 다음에는 폰으로 손쉽게 사진을 담아도 사진에 대한 고민이 해갈될 것 같다. 작품사진이 아닌 다음에는 사진이 가지는 의미는 빠르게 순간을 포착하는 것인데 폰 카메라는 그것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을 가졌다.


이제 사진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대중화로 넘어왔다. 전문 사진가가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다 하나 여고생만큼 셀카를 예쁘게 담아내지 못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그건 대부분 보정이잖아요. 보정하기를 귀찮아하지 말고, 보정하기를 두려워 말고, 보정하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이 없던 시대, 필름만으로 사진을 촬영했던 그 오래전에도 선배 사진가들은 몇 날 며칠씩 사진을 보정했다. 뿌리고 칠하고 인화지를 선택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한 장의 사진을 만들었다.


작금의 시대에는 게으른 자만이 보정 없이 사진을 업로드한다고 생각한다. 어플이든 프로그램이든 뭐든 사진을 여러 장 촬영했으면 하나를 고르는데 고민을 하고 고른 그 한 장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파일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인화를 해서 사진의 완성을 시각과 촉감으로 느껴봐야 한다.


사진은 카메라에서 폰 카메라로 진화 내지는 이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광고사진을 촬영하거나 잡지에 사용하는 사진을 촬영을 한다면 고가의 카메라를 사용해야겠지만 그 이외의 사진은 이제 폰카메라로 대체해도 될 정도로 진화가 되었다.


한 예로, 삼성이 예전에 카메라를 만들었다. 그때 전자회사였던 소니에서 카메라를 만들어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소니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삼성이 카메라 사업을 철수했을 때 역시 소니를 따라가기에는 멀었다. 같은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카메라보다 폰카메라의 사업에 눈을 돌렸던 것뿐이다. 카메라는 이제 사람들, 대중에게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시대이며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는 건 폰카메라라는 걸 어느 기업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애플이 기술력이 없어서 카메라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일까. 삼성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이류 기업이 아니다. 족벌체제에서 벗어나면 더욱 승승장구할 것만 같지만.


이제 폰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것에서 아주 잘 나오는 사진으로 바뀌었다. 선명하고 명료하게 촬영이 가능해졌다. 심지어는 단렌즈를 달고 촬영을 한 사진만큼의 품질을 만들어낸다.


보이는 사진은 2년 된 엘지 폰인데도 원본도 나쁘지 않다. 원본의 색감이 예전 올림푸스 초기 디카의 색감을 보는 듯 피부 스킨톤을 잘 잡아낸다. 김혜수와 지드래곤과 같이 작업한 사진가 테리 리처드슨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처럼 이제 폰 카메라 만으로도 잡지 보그나 코즈모폴리턴이나 지큐의 한편을 장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용하는 폰 카메라는 아이폰4 에스와 아이폰6 에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타인의 엘지 폰으로 여러 장 촬영을 하여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색감을 보정해서 보그지처럼 편집을 하여 출력을 해봤다. 크기는 8x10이며 무광 출력이다.




제법 그럴싸한 사진을 건져낼 수 있다.



사진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폰 카메라는 정말 작은 카메라다. 손에 쏙 들어오는 폰으로 사진을 담으니 가장 작은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큰 카메라로 사진을 담는 세계적인 사진가가 있다. 올해, 2020년 11월에는 잘하면 반가운 사진가의 사진전이 한국에서 열린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독일의 사진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큰 사진으로 유명하다. 독일의 베허 학파 출신으로 (베허 학파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검색해보면 된다) 현재는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구르스키가 들고 다니는 필름도 아마 자동차 뚜껑 만하고 그걸 조수들이 낑낑거리며 들고 설치를 하고 사진을 촬영을 하여 프린트하는 것 역시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다. 몇 명의 조수들이 붙어서 땀을 흘려가며 한 장의 사진으로 인화를 한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진을.


이런 이야기를 사진동회회에서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누군가 손을 들고 나에게도 구르스키가 사용하는 카메라를 준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동호회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 사진동호회는 내 기준에서 카메라를 자랑하기 위해 모인 집단처럼 보였다.


동호회에 학교 선배가 있어서 좀 와서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이런저런 사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은 사진보다는 뭐랄까 기기, 렌즈의 성능, 삼각대의 가격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동호회에 사람이 많을수록 사실 카메라 회사는 승승장구한다. 나처럼 68년도 산 필름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찍거나, 디카도 하나를 들고 10년 이상 찍는다면 카메라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동회회의 그 사람에게 그랬다. 구르스키가 사용하는 큰 카메라를 손에 쥐어 준다면 그걸 어디에 실어서, 사막 같은 곳에는 어떻게 갈 것이며, 어떤 식으로 설치를 하여, 해가 어느 정도에 떴을 때 찍을 것인가. 구르스키가 이 정도의 사진을 담아내기 위해서 그동안 사진을 담아온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이 지금의 결과물을 이르게 만들었다. 만약 당신에게 사진을 담으려는 과정은 소거된 채 카메라만 들고 사진을 촬영한다 해서 사진작가만큼의 사진을 담아낸다는 오만한 생각으로는 좋은 사진은 담을 수 없다.


좋은 사진이란 좋은 카메라로 담은 것이 아니라 좋은 운동화가 담아낼지도 모른다. 사진은 카메라가 담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가가 담는 것이다. 해서 사진가의 감성이나 경험의 과정이 사진에 당연하지만 많이 묻어난다.  


아무튼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을 보면 대형 사진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우리에게 유명한 것은 평양에서 담은 매스게임의 사진이다. 정확한 로봇처럼 군무를 하는 북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역시 가격이 엄청나다. 로또가 걸려도 구입하지 못하는 구르스키의 실제 사진을 잘하면 올해 11월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드레아스는 평양의 군무 사진으로 유명하다. 더 많은 사진들이 있으니 검색해보면 굉장한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름 사진의 변주, 제리 율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