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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57

9장 3일째 저녁

257.


 마동의 무의식 속으로 내팽겨진 인간들의 삐뚤어진 의식이 파고들었다. 인간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상대방 때문에 화를 내고 화해를 하지만 그것은 본디 자신이 편해지려고 화해를 야기하는 본성이 짙게 깔려 있었다.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삶을 인간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에 이기적이라는 관념의 이름으로 건물을 세우고 건물은 삽시간에 땀을 흘리는가 싶더니 끈적끈적한 돌기를 만들어내고 그 돌기에서는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며 썩어 들어갔다. 연기가 전해주는 냄새는 두통을 동반했고 동시에 구토를 자아냈다. 더럽고 추악한 냄새가 치누크를 타고 마동의 무의식으로 들어왔다. 냄새는 하수구의 모습보다 추악했으며 시궁창의 쥐보다 추잡스러웠다. 시간의 연속성을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불구덩이의 붉은색은 증식함에 따라 뚝뚝 떨어지는 오래된 혈액의 색으로 변해 질척함을 보였다. 마동의 몸은 이내 핏빛으로 덮여버리고 거센 뜨거움을 느꼈다. 어린 친구들의 몸뚱이가 서로 맞지 않은 얼굴에 붙어서 마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친구들은 너구리가 되었다가 너구리의 몸에 눈동자가 없는 친구의 얼굴만 붙어서 마동에게로 다가왔다.     


 뜨겁다. 너무 뜨겁다.

 하아.

 참을 수가 없다. 이대로 화마에 몸이 다 타버릴 것만 같다.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이 떠오른다.

 소피의 얼굴로 바뀐다.

 분홍 간호사의 얼굴이 다시 소피의 얼굴 위에 입혀졌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 선명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몸은 화염에 휩싸여 지글지글 타오르고 있다. 온몸에 기름을 들이붓고 거기에 성냥불을 던져서 화악 불길이 번지듯 내 몸은 영락없이 불에 타고 있었다. 나는 육신에 불이 붙어 생명이 타들어간다는 신호를 본능이 알아차렸지만 그대로 두고 보고 있다.      


 본능도 몸이 새까맣게 변해버릴지 모르는 불타오르는 세포를 가만히 놔두었다. 갈비뼈가 움직이는 느낌을 마동은 느꼈다. 뼈대가 길어지거나 옆으로 꺾였고 움직이니 갈비뼈가 폐와 심장을 찌르는 고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둠이 강하게 낀 흉가에서 맛보았던 흉포한 공복을 느꼈고 불타오르는 몸에서 촉수가 밖으로 피부를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피부에 붙은 불은 푸른빛을 뽑아냈고 아픔 속에 정신을 가물거리게 만들었다. 마침내 피부를 찢고 나온 촉수는 시체의 홉뜬 눈 같았다.


 마동의 몸은 푸른 불꽃에 홀라당 타들어가고 있었다. 푸른 불꽃은 마동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며 키가 커져갔다. 푸른 불꽃은 인간에게 손짓을 하는 본질이었으며 동시에 다가가서 덮치려는 욕망이었다. 마동은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바닥 역시 푸른빛의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인간 원형의 두 마음이 파란 불꽃 속에 있었다. 하지만 곧 잿더미가 되리라는 두려움은 일지 않았다. 공포의 기척도 들지 않았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지만 뜨겁지 않았다. 그저 불타오르고 있었다. 푸른색의 불꽃은 마동의 세포를 태워가며 뿜어져 나왔지만 마동의 몸 바깥에서 연소되듯 타들어가고 있었다.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작은 폭발음을 자아내며 파란색의 불꽃은 굳은 결의로 타올랐다. 마동은 어딘가로 깊게, 깊은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깊은 곳으로 떨어질수록 빛과는 대조되는 어둠이 마동의 주위에 가득했고 마동의 몸에 붙은 파란 불꽃으로 어둠에 대항할 수 있었다. 얼마만큼이나 떨어졌을까. 어둠은 짙어지고 끈적끈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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