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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8. 2020

어부들

사진 에세이


겨울의 바닷가는 몹시도 차갑거나 너무나 차갑거나, 둘 중에 하나다. 해라도 없다면 정말 내면까지 얼어서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 버려 쨍하고 깨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을 잃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마음을 잃고 살아가는 마을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렇게 차가운 날 포구에 나가면 한창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을 볼 수 있다. 어부들은 바다에 나갔다 오면 그물을 손질해야만 한다. 하루도 거를 수 없다. 고기를 잡던, 잡지 못하던 그물 손질에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눈이 오건, 바람이 불건, 비가 오건 건너뛸 수 없다. 그물을 손질하지 않으면 고기를 낚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 고기를 잡지 못하면 이틀을 굶어야 한다. 그래서 바다에 나갔다 오면 그물을 손질해야'만' 한다. 축구선수에게 축구공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어부에겐 그물이 그렇다.  







-어부들


오늘도 살아돌아 왔디

그라믄

이 적을 놈을 타고 

내일도 무사일 터야 한디


어부가 잘 보이지 않게 

미소했다.


이놈을 타고 나가봐야

조그만 풍랑에도 어매 가슴이 

철렁 이제


어부들에게는 산티아고 노인처럼

원대한 꿈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다.


이만큼 살아왔는디

요놈만큼 이면 된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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