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나는 그들과 마주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사뭇 진지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꽤 기이한 상황을 나는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취재를 하고 관찰을 했지만 이런 인터뷰는 우리가 최초이며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들을 대표해 나와서 나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들의 우두머리 일 것이다. 우두머리라고 해서 그들과 모습의 큰 차이는 없었다. 우리가 못 알아차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눈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전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들의 우두머리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오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중간에 큰 어려움이 도사렸지만 결국 우리는 그들의 우두머리와 면담의 형태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을 면담, 인터뷰라고 부르기에는 무엇인가 모자람이 있다.
그것은 상호 간의 의견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우두머리가 하는 말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은, 그러니까 우리의 언어는 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를 아직 저들에게 전달하는 기기는 발명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렇지만 저들의 언어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기기를 통해서 저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뇌파 채취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트랜스폼 기기는 그런 개념적인 기기가 아니었다. 한 번에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두머리가 하는 그들의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어서 그것을 나열한 다음 인간의 문자 구조로 변환한 후 마지막으로 인간의 언어로 나타내는 형식이었다.
꽤 여러 번의 방식을 거쳐 그들의 언어를 재해석해야 했고 전기신호를 합리적인 배열과 나열의 순으로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트랜스폼 기기는 내가 보기에는 대단한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기기를 발명한 사람들에게 한번 더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저들은 즉흥적이지 않았고 생긴 것만큼 혐오스럽지 않았다. 그들은 나에게 하는 말을 분명하게 전달했고 앞으로도 지금과 바뀌는 것은 없다고 했다. 나는 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했던 말과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그녀는 저들과의 조우를 통해서 나에게 저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저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저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생존해 있었던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저들이 하는 말을 전문으로 남겨본다.
(이 인터뷰는 시작부터 시간과 모든 언어적인 부분이 기록되었다.)
#
너희 인간들은 우리들을 박멸하려고 그동안 꾸준하게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너희들의 곁에서 강아지나 치즈처럼 달라붙어서 사라지지 않았다.
너희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들 개체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의미에 대해서 너희들은 잘 새겨봐야 할 것이다(이 부분은 의역을 했다).
그만하면 이제 포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인간들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만약 말이다,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너희들의 바람대로 우리들의 개체 수가 줄어들어 우리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우리들이 몽땅 사라진다면 그 결과로 인해 너희들이 편안한 생활의 귀결로 이어질까?
과연 그렇게 될까?
우리들의 생명력은 화석시대부터 이어져왔다.
지구가 얼음으로 뒤덮이고 불바다가 되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을 때에도 우리들은 살아남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주 오래전, 너희들이 세상에 나타나기도 전에 우리들의 모습과 크게 변화가 없다.
지금의 우리 모습은 그저 너희들이 뿌려놓은 약이나 각종 박멸 약품에 적응하기 위해 조금 변했을까.
흠 그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겠군.
우리들은 그동안 방사능에서도 살아남았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나?
제일 강력하고 무서운 건 곰팡이다.
곰팡이는 습한 곳에 생기는 냄새나는 축축한 미생물로만 생각하겠지만 곰팡이는 일단 피기 시작하면 모든 걸 갉아먹는다.
생각을 해봐. 유통기한이 지나면 어김없이 곰팡이가 피지?
그 곰팡이를 먹으면 몸속에서 어떤 변이를 일으킬 것 같나.
너희들의 몸속에 곰팡이가 피어난다고 생각을 해 봐. 상상하면 끔찍할 거야. 우리들의 생명력은 곰팡이가 가득 들어있는 그릇 속에 며칠을 놔두어도 죽지 않는다.
곰팡이의 포자가 우리들의 몸을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곰팡이도 우리들을 어쩌지 못한다.
우리는 화석곤충이라 한때 지구의 사십 퍼센트를 뒤덮은 적이 있었다.
어때 꽤 놀랍지 않나.
우리들이 너희들을 처음 만났던 곳이 동굴이었다.
그 동굴에서 우리들은 부족함 없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느닷없이 너희들이 우리들의 영역에 침범해 왔다.
동굴 밖은 춥다고 말이다.
우리들 입장에서 너희들은 우리들의 세계에 최초로 침투한 종족인 것이다.
어째서 우리가 너희들의 행동을 침투라고 할까.
그것은 동굴에 들어온 너희들이 동굴에 있던 우리들을 잡으려고 하거나 죽이려고 했다.
어째서 너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영역으로 침투하여 우리를 쫓으려 하는 것인가.
잠시 침묵.
지금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동굴일 뿐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거쳐 오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머리는 배 밑으로 들어가고 큰 몸집의 우리는 날개가 없는 몸으로 점점 진화를 했다.
물론 개체의 종류가 많아서 날아다니는 종도 생겨났다.
너희들이 심심하면 우리들을 상대로 만들어내는 영화를 보면 크고 징그럽게만 그려대고 있지만 큰 몸집의 우리는 더 이상 날개가 필요 없어졌다.
우리는 세대를 거쳐 꾸준하게 진화를 했다.
우리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너희 인간들에 의해서 훈련이 가능하기도 하다.
왜? 놀랐나.
곤충이 훈련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습군.
우리가 지구 상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 이유가 고작 개체 수가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들은 우리들보다 큰 포식자 앞에서는 죽은 척을 한다.
인간들도 곰을 산속에서 만나면 죽은 척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우리에겐 그 방법이 괜찮은 방법이라는 것을 그간 지내오면서 터득했다.
포식자들 중에는 포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저 살충을 하는 고양이들이 꽤 무섭지만 고양이가 우리를 건드릴 때 뒤집어지거나 납작 엎드려서 죽은 척을 하면 고양이는 앞발로 몇 번 건드리다가 그냥 가 버린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식자가 살짝 건드리면 죽은척하는 시간이 짧고, 길게 건드리면 죽은척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말이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포식자는 움직이는 먹이에 반응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에 응당한 방법을 그동안 익히게 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본능이다.
포식자는 마침내 흥미를 잃고 우리들을 떠나가면 다시 일어나서 우리의 길을 간다.
어때?
우리들, 너희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지.
그저 약을 뿌리면 그대로 죽어 버리는, 그런 혐오스러운 벌레가 아니라는 말이다.
잠시 침묵.
너희들 중에 어떤 인간은 쥐에게 하는 실험을 우리에게 했다.
미로를 찾아가는 실험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가는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훈련이 가능하다고 너희 인간들 누군가가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들의 몸은 고단백 덩어리다.
오래전 너희들의 조상에 조상에 조상이, 그러니까 현재의 언어를 사용하기 이전의 인간들이 사냥이 어려워지면 우리들을 먹어가며 목숨을 연명했었다.
인류라고 불리는 너희들에게 우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시대를 이루지 못했다.
너희들의 학계에도 그렇게 보고되어 있다.
우리들을 연구하는 인간들은 식량의 개념이 아니라 음식의 개념으로 즉, 건강식품으로 만들어서 꾸준하게 복용하는 인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생리통으로 고생이 심한 여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 인간들은 우리에게 호전적이다.
무척 억압적이며 강압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말살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말살이다.
말. 살.
있는 모양을 그대로 두지 않고 뭉개버려서 사라지게 하고 싶어 한다.
정말 이기적이라고 본다. 너희들, 인간들 말이다.
그렇게 우리의 개체 수를 줄여나가 결국에는 전멸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유가 병균의 이동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옮기는 병균은 집 진드기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진드기 알지? 요즘은 진드기가 사람을 죽게도 한다.
우리들은 진드기에 비하면 거의 병균의 이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너희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게 너희는 아주 관대하다.
모기 때문에 아마 너희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잠시 침묵.
게다가 우리는 다리로만 균을 옮기는 반면에 파리는 몸 전체로 병균을 옮기기 때문에 파리를 더 미워해야 하지만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인. 류.
너희들을 제외한 생명체와 차별을 두기 위해 부르는 이 말, 인. 류.
인류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거슬린다.
인류라고 불리는 너희들은 우리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우리의 모습이니까 미워한다.
지구라고 불리는 이곳은 하나의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것을 먹이로 살아가는 또 다른 종이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사라져 버리면 지구 상의 파충류가 사라지게 된다.
너희들의 바람대로 우리가 전부 말살된다면 아마도 모든 것이 사라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미워하는 우리는 지구 상에 반드시 너희들이 안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너희들, 인류의 악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우리의 모습이니까 파멸을 하려고 한다.
너희들에게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나와 다른 모습이니까, 너니까, 네가 미워, 다 없애버리고 싶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네 모습이라서 그냥 싫어, 하는 마음이 팽배해 있는 게 너희, 인간들이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봤겠지.
그레고르가 갑충이로 변하니 결국엔 그 흉측한 모습에 가족들도 서서히 마음을 돌리게 된다.
결국 너희들도 같은 인간에게 갑충이 취급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생태계가 파괴되어 하나씩 먹을 것이 사라지고 나면 너희들끼리도 호전적이지 않게 변한다.
인간이란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탐욕이 강한 종족이다.
세계대전 Z를 읽어봤나? 그 책을 보면 언데드를 피해 추운 지역으로 피난 간 사람들의 생활이 나온다. 처음에는 서로 음식을 해 먹으며 아픈 사람이 있으면 약도 나눠주고 잘 지내지. 정말 가족처럼 지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기름은 다 떨어지고 식량은 부족하고 날이 추워지니 아픈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언데드는 계속 다가오고 그 속에서 죽음으로 가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영하를 오고 가는 날씨 속의 식량은 떨어지고 의복은 없고 밤이 지나면 하나씩 죽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식량이 다 떨어진 그들이 스튜를 무엇으로 만들어 먹을 것 같나?
결국에는 그렇게 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에겐 너희 같은 탐욕은 있지 않다.
탐욕이 강하면 모든 것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잠시 침묵.
우리들은 당분을 싫어한다.
개미나 다른 벌레처럼 우리에게 당분이 가득 든 음식으로 유혹하려 해 봐야 전혀 소용이 없다.
그러니 돌아가서 너희들에게 말해주는 게 나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박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서 몰아내려고 하는 너희들의 탐욕은 끝내 너희들을 모서리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
나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떠나고 나서도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들은 그녀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그녀가 말했었다. 나는 그 말을 이제야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번역된 그들의 언어를 받아 적은 용지를 프린트해서 들고 나는 소리 없이 일어나서 그곳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