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세이
아이는?
잘 크지.
몇 살인데?
이제 중2야 너는?
우리 딸내미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지. 꼰대 냄새난다고 막 피해 다녀.
원래 그럴 때 지.
좋겠다 나는 이제 유치원생이야 개판이야.
그때가 좋아, 하긴 너 닮았으면 어지간하겠다.
맞아 이 녀석 어릴 때 골목에 딸린 화장실에 밤에 불 켜져 있으면 그 위로 콩알탄 던져서 똥 누던 아주머니들 기겁하고 나오고 했잖아. 잡혀가서 울고불고. 엄마 데리고 오고.
맞아 맞아. 저 녀석 6학년 때 학교 운동장에서 점심시간에 여자아이들 틈에 끼여 잘도 놀다가 목소리가 여자 같아져서 따돌림당하고 했는데 말이야. 참 이상한 녀석이었어. 그치. 그랬는데 결혼도 하고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몇 년 만이지?
15년? 14년?
이야 연락 못 하고 안 만난 지 오래되었구나.
오늘 어떻게 왔어?
월차 냈지. 니가 하도 졸라서 너는?
뭐 장사가 안 되니까 그냥 나와서 기차 탔지 너 자동차 제네시스던데 좀 태워줘.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내일이면 아주 멀리 간다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저 녀석 몸이 망가진 덕분에 이렇게 삼총사가 모이게 되네.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우리는 뭘 하면서 보낸 걸까.
바다에 돌 던지며 놀 때는 아무 걱정이 없었는데 그치.
바다는 그때나 지금이나 꽤나 넓구나.
그나저나 눈물 난다 저 녀석 몸이 엉망이라.
야야 걱정 마 내일 입원해서 항암치료받으면 괜찮아져 자식아.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많지 그거 먹으러 갈까 쫀드기.
요즘도 파나?
팔걸.
팔겠지..
라라랄라라 랄라랄라라
라랄라라라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