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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10.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0

10장 4일째

270.


 소련 붕괴 이후 그루지야의 민족주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압하지야 인들은 그루지야가 독립을 선포하자 92년 7월에 압하지야도 독립을 선언했고 이에 그루지야 정부는 압하지야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내전이 발생하게 된다.


 92년 9월에 옐친의 중재로 전쟁은 휴전이 되었으나 93년 봄부터 전쟁이 다시 발발했고 휴전과 전쟁이 반복되면서 복잡한 상황은 압하지야 인들만 구석으로 내몰았다. 94년 5월 다시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에 들어갔지만 사상적인 면으로 일어나는 전쟁의 골은 깊었다. 깊어진 골은 마치 누군가 성냥불로 그으면 모두 불 타 버릴 것처럼 검은 기름으로 충만한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런 위태롭고 냉랭한 평화의 분위기가 죽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08년 미국과 러시아의 전투가 압하지야 인구리 댐을 두고 다시 붙었다. 미국의 해병대가 뛰어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스페츠나츠를 비롯한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 역시 전투력은 막강했다. 그들은 인구리 댐을 뒤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미사일 공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쌍방 대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인구리 댐은 세계 최대의 댐 중에 하나이다. 무려 272미터에 달했고 저수량만 50만 톤 이상이 되었다. 미사일 요격으로 인구리 댐이 터지기라고 한다면 전투를 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압하지야도 모두 수몰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전투 대치는 전면전이지만 대치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두 나라의 군에서는 침투 조를 투입시켜 상대국의 수장을 사살하는 전투 형식을 띠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대치상황은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총알이 하늘을 수놓았고 사이렌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두 나라의 군은 4시간에 걸쳐 총알을 소비한 뒤 고요한 휴전을 유지했고 다음 날 대낮의 전투로 엄청난 총알을 다시 소비했다. 압하지야 주민들은 모두 대피를 했고 압하지야의 독립군들도 두 나라의 전투에 가담하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대치적인 전투 상황이 지속되던 9월의 중순 더위를 뚫고 인구리 댐의 저 먼 하늘에 자줏빛 구름이 몰려오는 모습을 미국 측에서 먼저 감지했다. 그들의 레이더망에 요격기의 출몰을 알리는 불빛이 들어왔지만 그것은 요격기의 편대가 아니었다. 불규칙적인 대기에서 나타나는 전자펄스를 대동한 자기장을 띠는 구름이었다. 자연적인 구름의 모습 치고는 구름이 자아내는 색이 자줏빛을 띠고 있었고 구름의 띠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기였다.


 대치하는 군인들은 점점 어두워져 오는 하늘은 신경 쓰지 않았다. 각 대치중인 미군과 러시아군의 본부에서는 고분자 전기 자기장을 대동한 구름의 전자펄스 속에 전투기를 매복하고 있지 않을까 레이더망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구름 떼는 소용돌이 같은 모양으로 거대한 자줏빛 구름의 회오리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구름은 고요하지만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냈고 인구리 댐에 마른번개를 떨어트렸다. 마른번개는 소리가 없었고 불길한 모습으로 굉장히 큰 한줄기 빛으로 인구리 댐 위에 떨어졌다. 대치하던 군인들도 자신들 머리 위에 거대하고 회오리를 만들어내는 자줏빛 구름에게 시선을 주었다. 구름의 소용돌이는 암흑의 조류 같았다. 그 속은 어떤 기계적 장치로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었고 실제로 최적의 군사 레이더망으로도 구름 속이 포착되지 않았다.


 소용돌이는 점점 거세게 돌았다.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내리치는 번개는 군인들의 눈에도 확실하게 두려움으로 들어왔으며 소리가 소멸한 마른번개가 무시무시한 속도를 내며 한 번씩 내리칠 때마다 바닥에 닿아서 쿠아앙 하는 거대한 하울링을 만들었다. 미군과 러시아군은 총을 파지 하고 대치하던 모습에서 모두 구름의 소용돌이를 바라보았다. 본부에서는 대형을 유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흐트러지면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형을 유지하라, 하지만 실전에서 전투 중인 군인들에게 불길한 예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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