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Nov 1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1

10장 4일째

271.

 자줏빛 구름은 소용돌이에서 뇌락을 인구리 댐의 수문에 떨어트렸다. 번개는 비스듬한 댐의 벽에 떨어짐과 동시에 쿠앙 하는 굉장한 폭발음이 천지를 울렸고 곧 댐에 고요하게 잠들어 있던 수마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붕괴된 수문은 15분 만에 인접한 18킬로미터의 땅을 모조리 휩쓸어 버렸다. 미군은 물론이고 러시아군도 모두 붕괴된 수문으로 폭발하듯 터져 나온 수마에 휩쓸려 버렸고 근방 20킬로미터 내에 있는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상의 모든 것을 대지의 본모습, 원형의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흙빛 가득한 수마는 떠내려가는 모든 것들을 물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인구리 댐의 수문은 낙뢰의 폭발로 두 개의 수문이 터지면서 옆으로 넘쳐나는 수압으로 하나의 수문마저 터져버리고 말았다. 세 군데의 수문이 터진 곳으로 인구리 댐에 갇혀 있던 수마는 세상을 덮칠 것처럼 터져 흘렀고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탱크도, 미사일도, 헬리콥터도, 집도, 사찰도, 예배당도, 나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휩쓸고 지나갔다. 인구리 댐은 수문이 터지는 사태에 대비해서 컴퓨터가 보조 댐을 파괴된 수문 밑에서 올라오게 설계되어 있었다.  보조 수문 덕에 넘치는 수마는 막았지만 터진 댐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형태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루지야와 미국과 러시아는 휴전을 맺고 뒷수습에 돌입했다. 골든타임 72시간을 훌쩍 넘겼다. 군인들의 생사는 알 수 없었다. 일주일 이상 지속된 수습활동 속에서도 군인들의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굶주림에 음식을 훔치다 걸려 인간에게 맞아서 처참한 개의 모습 같은 탱크와 날개를 잃어버리고 꼬리가 잘려버린 헬리콥터는 처참했다. 군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 나라의 관료들이 모여 토의를 했다. 두 나라에서 합동으로 단체를 만들고 단체를 보건위생기관으로 지정을 하고 사고의 원인과 군인들의 시신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2주가 넘어가면 남아있던 시신도 물에 불어 외관상으로 전혀 알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발견한다 해도 뒤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망자의 신원을 밝힐 수 있을 뿐이었다. 그전에 군인들을 찾지 못하면 중단을 하고 철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각 고국의 시민단체와 가족들의 항의가 거세게 이어질 것이 뻔했다. 수색을 시작한 지 3일이 되던 날 미국 측 군대가 수색하던 중 한 사람의 시신을 발견했다. 정확히 시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심장은 뛰고 있었고 뇌사 상태의 러시아 보병이었다. 그는 184센티미터의 키에 23살이었고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라는 상병으로 수문에서 13킬로미터 떨어진 그루지야의 작은 마을의 숲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형상이 기이했다. 미군과 러시아군 모두 인구리 댐의 폭발로 군인들의 사체는 전부 쓸려가서 찾을 수 없었는데 러시아군의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 상병 한 사람은 발견한 것이다. 그의 옷은 전부 벗겨져있었으며(자연스레 벗겨진 흔적) 발가벗겨진 채로 숲 속에서 발견되었는데 몸뚱이가 물에 불어서 굉장히 부풀어 있었다. 미군은 블라디미르를 러시아군에게 알리지 않고 수거하여 군 의무사령부로 비밀리에 옮겨 보건당국에서 조사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러시아와 미국의 합동 수색 작업은 철수를 했고 그루지야에 주둔하던 미국은 러시아의 협정을 요구했다. 미국은 러시아에게 그루지야 내 철수를 요청했고 러시아는 미국에 막대한 자본을 요구했다. 미국이 수긍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협정에 들어갔고 겉치레 평화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