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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1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72

10장 4일째

272.


 미국의 보건 당국은 이후 블라디미르 상병에 대해서 조사와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풍선 같았으며 약한 외부의 충격에도 몸은 쉽게 망가져 죽음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상태로 살아있다는 것이 미국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연구에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믿었다. 세계에서 제일 강대국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은 정보에 있었다. 정보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방대한 정보는 강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길이다. 정보수집이 그 일순위에 있었고 미국은 늘 한 발 빼앗기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보안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안이 흐트러져 러시아군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국가적으로 난처해질 뿐만 아니라 전쟁의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지도 몰랐다.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는 살아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지 않았다.


 심장은 아주 느리게 뛰고 있었지만 뇌는 죽어있었다. 신체의 변화를 연구하려고 해도 몸이 불어서 물컹물컹하여 호수나 링거의 주삿바늘을 꽂을 수 없었다. 몸은 거대한 물 풍선 인간을 보는 것처럼 불어있었지만 체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댐의 물은 빠지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상병 역시 왓킨스처럼 몸의 털이 다 빠져나가 있었고 손톱이나 발톱도 원래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미국 최고의 생리학 박사들과 병리학, 뇌 전문의들이 모여서 블라디미르에 대해서 관찰을 했지만 전혀 보고된 바가 없는 모습의 뇌사상태라 진전은 거의 없었다.


 미군의 군사 서류 A1034584의 c-8에 블라디미르의 체르마니노프에 관한 기록일지가 대 시간마다 작성이 되었다. 텍사스 주 보안당국의 연구실 벙커 안의 침상에 누워 있는 블라디미르 상병은 한 시간마다 침대 위의 시트를 갈아야 했다. 이전 텍사스에서 왓킨스와 비슷한 증상의 사람 세 명을 연구한 곳도 블라디미르 상병이 누워있는 벙커 안의 연구실이었다. 군사 서류 A1024908의 a-8, a-6에는 텍사스에서 연구한 왓킨스와 비슷한 증상의 연구일지가 개제 되어 있었다. 블라디미르 체르마니노프는 정확하게 시트를 갈아치운 뒤 55분이면 몸에서 땀 같은 물이 흘러나와 침상의 시트를 모두 적셨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입안으로 호수를 밀어 넣어 물과 영양분을 공급했는데 그 양이 실로 엄청났다. 블라디미르는 자의로 링거 병 안의 액체를 빨아 마시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링거 병의 액체는 동이 나있었다. 한번 공급받는 링거의 수액은 5명이 한 끼를 먹는 양과 흡사했다. 블라디미르는 뇌사상태임에도 몸에서 액체를 뱉어냈고 링거 병의 액체를 빨아들였다.


 2008년 마지막 달,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벙커 속의 연구원들과 군인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긴장을 풀고 고요하게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기념일을 만끽하고 있었다. 연구실의 연구도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에는 중단을 하고 시간마다 체크하는 감시 체재 만으로 시스템을 돌리고 있었다.


 블라디미르 상병의 침상 시트는 55분마다 갈아 주었고 그 역할은 연구원 중 두 명의 박사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한 명은 피부색소학 박사인 노라였고 또 한 명은 호흡기관 전문의 마이어스였다. 두 사람은 한 조였고 블라디미르의 연구에 착수하는 전문가들 중에 각 분야를 맡고 있는 최고 의학박사들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두 사람은 블라디미르 상병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블라디미르의 연구가 인간이 지니는 병마에 대해서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믿으며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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