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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21.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81

10장 4일째

281.


 초조함은 언제부터 인간의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걸까.


 마동은 초조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늘 주위에 도사리고 있던 초조함에서 벗어나는 훈련과 타협, 태권도 1장을 수련하듯이, 사격을 연습하듯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초조함을 피해 가려고 하지 않고 맞이하는 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실체가 전혀 없는 초조함에 대한 준비는 너무나 미비했다. 초조함에 대한 방어가 뚫리는 순간 그것은 굳센 두려움으로 변질되었다.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병이 몸을 갉아먹는 두려움.

 우연한 사고에 의해 극복하지 못할 몸 상태가 되는 두려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난 두려움의 그림자가 마동의 마음을 총체적으로 묶어 버렸다. 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에 뿌려진 사린가스의 공포를 알고 있는 사람과 흡사할 것이다. 군사 전시 살상용 사린가스를 제조한 옴진리교는 도쿄의 여러 구간의 지하철에서 사린가스를 나누어 봉투에 담아서 운반하고 우산의 뾰족한 끝으로 터트렸다. 사린은 휘발성이 강해 공기 중에서 대기의 흐름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하며 공기보다 5배 정도 무거워 바닥으로 번져간다. 무색무취의 액화가스로 말 그대로 인명살상용 신경가스다. 액체의 경우 몸무게 70킬로그램인 성인이 0.7mg 이상 마시면 1, 2분 이내에 사망하게 되고 기체의 경우 공기 중에 농도가 70mg/m3 이상이면 그대로 즉사하는 무서운 독가스이다.


 사린가스는 2차 대전 중 독일의 나치가 개발해 이란, 이라크 전쟁과 이라크 쿠드르족 진압 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의 지하철에서 사린가스를 마신 사람들은 쓰레기봉투처럼 픽픽 쓰러졌다. 빈혈처럼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듯하더니 몸에서 기운이 어딘가로 몽땅 빨려나가 버리고 한 발, 두 발, 걸음을 떼다가 도로 위의 화단에 그대로 맥없이 쓰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영화 속의 장면처럼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고 구급차가 왔지만 응급처치 방법을 몰랐다. 사람들은 길거리 곳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 무서운 가스 때문에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매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초조는 아토피처럼 살아남은 사람들의 뇌에 암처럼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병명도 불확실하며 가족과 주위 사람들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살아남아서 괜찮아져야 할 생활이 초조함으로 인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마동은 놓이게 되었다.


 의사가 방을 빠져나가는 순간 초조함이 몸을 덮쳤고 두려움이 되어서 마동을 짓눌렀다. 상식에서 벗어난 두려움을 겪게 되면 코마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지식이나 경험에 포함되지 않는 초조함이 생활 전반에 진을 치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초조함이 자아내는 두려움의 크기는 생각의 한계를 넘어버린다. 인간의 몸은 그런 공포를 이겨낼 수 없어서 병실의 환자처럼 고통스러워한다.


 초조함이란 그런 것이다.


 두려움이란 그런 것이고 실체가 없다는 것이 무서울 뿐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눈을 스스로 감는 것과 어떠한 힘에 의해서 무력하게 눈이 억지로 감기는 것 사이에는 일종의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성으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두려움을 떨쳐 내려고 우리는 오래전에 전구를 만들었고 가족을 꾸려 가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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