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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8

11장 4일째 저녁

298.


 부웅.


 길어져 버린 해무를 알리는 등대의 소리에 맞춰 뱃고동이 울리고 해무는 짙음을 더해갔다. 빠끔하게 붙어있는 횟감을 판매하는 곳도 대부분 철수하고 몇 집 밖에 장사를 하지 않았다. 는개와 함께 횟감을 보며 걸어가니 골목의 끝이 나왔고 그 끝은 바다로 이어지고 철썩철썩하며 어두운 밤의 바다가 부딪히는 소리가 시간의 저편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처절하게 들렸다.


 “찾고 있는 고기가 없는 모양인데 광어나 우럭을 사는 게 어때? 일반적인 것이 가장 바람직할 때가 있는데 말이야.”


 “당신, 정말 재미없게 말하는 덴 일가견이 있군요. 흥”라며 는개가 웃었다.

 “네, 찾고 있는 횟감이 있어요. 찾아내고 말 거예요. 제가 맛있는 회를 먹도록 해 드릴게요.”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투였다.


 “이곳에서 회를 구입해서 가져가서 먹는 게 아니었어?”라는 마동의 질문에 는개는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마동은 어째서?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는개를 바라보았다. 는개는 수족관에 둔 시선을 돌려 마동을 보더니 자신에게 맡겨보라는 말을 했고 마동의 팔꿈치를 잡고 이끌었다. 마동은 그녀와의 접촉이 있을 때 또다시 무엇인가 느껴지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전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흠.


 “여기서 회를 구입해 가져 가서 먹으면 늘 먹던 맛과 같은 맛이잖아요. 오늘은 다른 맛을 보여드릴게요.”


 다른 회 맛이라. 맙소사.


 마동은 이미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언어로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동과 는개는 꽤 넓은 수산시장에 있는 횟집을 대부분 돌아다녔다. 마동은 수산시장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해무가 가득 들어찬 수산시장에서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보이는 몇몇 횟집 주인들은 그 속에서 삶의 어떤 무엇인가를 찾아서 전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마동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다양한 삶과 하나의 죽음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짠 내 나는 해무 속 그 하나하나의 삶이 모여들어서 비로소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그 문명 속에는 의사의 아버지도 포함되어 있고 의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명이란 대단한 사람 몇 명이 모여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개미처럼 작은 개개인의 하루하루와 그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태동과 생각의 움직임이 쌓이고 집적이라는 관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공동체가 문명을 이루고 문명은 먼 후세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 문명 속에서는 지금 옆에서 진지하게 횟감을 찾는 는개도 포함되어있고 꺼져가는 마동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는개의 휴대전화에서 벨이 울렸다. 벨 소리는‘문 리버’였다. 그녀는 알았다며 조금 전에 지나쳤던 횟집으로 마동을 이끌고 다시 갔다. 힐을 신고 물웅덩이를 피해 수산시장의 바닥을 잘도 걸어 나갔다. 는개의 모습은 아마조네스의 모습처럼 질척이고 척박한 악마의 소굴을 헤쳐 나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숙달된 모습 같았는지 마동은 는개의 손에 잡혀 따라가면서도 몇 번이나 물웅덩이에 신발이 빠졌다. 두 사람이 도착한 횟집은 이십 분 전에 들렀던 횟집으로 는개에게 찾는 물고기가 이삼십 분 정도면 도착할지도 모르니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었고 물고기가 도착을 해서 연락이 온 것이다. 마동은 전혀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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