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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9.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9

11장 4일째 저녁

299.


 게다가 수산시장에 온 지가 벌써 삼십 분을 넘어가고 있었다니 마동은 놀랐다. 는개가 찾는 물고기는 쥐돔과 아홉 동가리였다. 마동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그녀는 수학천재가 문제를 술술 풀어버리듯 횟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짓으로 마동에게 계산을 부탁했다. 마동은 처음 보는 물고기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아, 하는 표정으로 계산을 했다. 주인아저씨가 턱살이 접히며 웃었다. 계산이 끝나자마자 는개는 횟집에서 그 생선을 자르거나 토막을 내지도 않고 살아있는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마동에게 건넸다. 마동은 처음 아기를 안아보는 사람처럼 아이스박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안고 횟집을 나왔다. 해무는 방금 전보다 더 짙어졌다. 이 생선들을 직접 회를 친단 말인가? 정말 맙소사였다.


 “생선을 회 치려면 적어도 그에 맞는 칼이 있어야 해요. 당신 집에는 그런 칼이 없죠? 같이 최소 6개가 필요하지만 일단 채소도 구입해야 할 겸 마트로 가죠.”


 마동의 머릿속에서 6개의 회칼이 일어나더니 서로 쨍쨍거리며 자신이 회를 더 썰어댄다고 싸우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쨍그랑 쨍쨍.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 마동은 불편하고 어중간한 모습으로 아이스박스를 안고 있었다. 양손으로 아이스박스를 가슴에 대고 수산시장을 나와 조금 걸었고 수산시장으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택시를 탔고 택시는 착실하게 두 사람을 마트 앞에 내려놓았다. 마트에 들어서서 보관함에 아이스박스를 넣어두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여름밤의 대형마트는 기분 좋은 놀이터가 되기 때문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의 마트는 해수욕장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동과 는개가 들어간 마트는 곧 망할 것처럼 한산했다. 사람들이 없어서였을까. 매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인사를 하는 마트의 친절 요원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밤이면 가족단위나 커플 또는 친구들끼리 대형마트를 찾아서 모여드는데 이상한 일처럼 인적이 드물었다. 인적이 드물다고 하는 말은 도심지 외각에 있는 산속에서나 어울릴법한 말이다. 적어도 도시 속 여름밤의 대형마트에서는 어울리는 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너무 없는 거 같지 않아?”


 “밤이니까요.”


 흠.


 그녀는 여전히 마동을 이끌었다. 일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식품매장이 있고 채소와 과일코너로 두 사람은 내려갔다. 이곳의 대형마트는 처음인 그녀겠지만 성능 좋은 내비게이션처럼 막힘없이 채소를 찾아서 움직였다. 허연 김이 서린 곳에서 쑥갓과 사과들이 수줍은 속살을 드러내고 자신들을 데리고 갈 사람들을 맞이했다. 과일의 색은 유난히 짙고 반질거렸다. 가지런히 진열되어있는 과일과 채소는 마트 안의 조명을 받아서 더욱 바구니에 담고 싶은 모습처럼 보였다. 하나를 구입하면 하나를 더 주는 행사상품도 많았다. 단지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과일이나 채소를 눈과 손으로 확인했다. 오감을 전부 열어서 물건을 골랐다. 는개의 움직임과 물건을 고르는 눈빛은 그녀 나이의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좀 더 성숙한 여성으로서의 눈빛이었다. 채소를 만지는 손놀림이나 과일을 바라보는 눈빛은 꽤 오래된 전문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10년 차 가정주부처럼 보이기도 했다. 는개는 마동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것저것 세밀하게 확인했다. 마동 자신도 마트형 인간이라 식품을 고를 때 꽤 까다롭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체험한, 냉철하게 비교하는 는개를 보면 그동안 자신은 비교적 간단하게 식품을 구입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는개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지 않는 것일까.


 그녀는 마동이 듣던 안 듣던 채소의 구입요령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며 물건을 골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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