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4일째 저녁
300.
“당신, 매운탕 좋아해요?”
낭패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마동은 매운탕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회를 먹을 때면 맛있게 먹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러모로 달라졌다. 좋아한다고 말한 후 먹지 않으면 음식을 만들어 준 그녀가 분명 실망할 것이다. 좋아하지 않아, 하고 말하기도 난처했다. 여자는 늘 남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는개는 매운탕을 이미 만들어주려고 버섯이나 쑥갓 같은 매운탕용 채소를 구입하는 것을 마동은 보았다.
“맛있게 먹을 줄은 알지.”
는개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쑥갓을 시작으로 하여 버섯을 구입하고 미나리를 구입했다. 철 지난 미나리지만 매운탕 정도에는 괜찮다고 했다. 나무로 된 질 좋아 보이는 접시도 구입했다. 동그란 도마처럼 보이는 접시였다.
마트에 이런 것도 팔다니. 없는 게 없군. 정말 는개는 배가 고픈 걸까.
카페에서 는개의 눈은 명확하게 배가 고프다고 했다. 여자들은 배가 고프면 화를 내는 것이 일반론이라고 어느 잡지에서 읽었다. 허기와 공복의 상태가 번갈아 오면서 정신의 질을 떨어뜨리는 상태가 된다. 그건 마동이 회사의 연수에서 폐건물에서 여실이 느꼈었다. 그럼에도 철인 같은 체력으로 마트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는개를 보고 마동은 존경심마저 들었다.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은 위대한 업적을 이뤘을 때 드는 것이 아니었다.
“집에 와인 잔은 있어요?”는개가 바구니에 담긴 쑥갓을 만지며 물었다.
“물론, 싸구려지만 두 개가 있어”라고 마동은 자신이 들고 바구니 속의 쑥갓에 문제가 있나 살펴보면서 대답을 했다.
“두 개…… 라…….” 는개는 묘한 미소를 입술 옆으로 만들었다. 간파되지 않는 미소였다.
“두 개씩 팔더라고.”
마동은 어째서 그런 미소를 짓는 거지? 하는 시선을 던졌지만 는개는 그냥 지나쳤다. 그녀는 와인코너에서 와인을 구입했다. 마동에게 원하는 와인이 있냐는 그녀의 말에 마동은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라고 했다. 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하자 는개는 와인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런데 비싼 와인일수록 고급식당에서 많이 남긴다고 하던데 왜 그런 거지?”
“글쎄요, 왜 그럴까요?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고급 와인을 남기는 이유는 그곳에 일하는 사람들도 고급 와인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값비싼 와인을 고급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마구 맛볼 수는 없기 때문에 고급손님이 남기고 간 고급 와인을 맛보며 고급 와인에 대해서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 주고 추천을 해 줄 수 있데요. 그렇게 와인의 세계는 순환하는 거죠.”
마동은 어쩐지 미덥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는개가 마동의 옆구리를 찔렀다.
“와인은 현재 상당히 많은 종류가 있어요. 그에 따라 무슨 효과가 있다는 부분을 과장해서 광고를 많이 해요. 아시죠? 광고에 혹 하는 게 우리들이니까 말이에요. 술은 그저 많이 마시면 취한다는 거예요.”
마동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와인에도 효과가 있다니.
술이란 그저 술이지 않을까.
“막걸리와 흡사해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