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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6.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16

11장 4일째 저녁

316.


 이후 는개는 달리는 일이 없었고 침착했지만 웃음도 사라졌다. 퇴원 후 집에 온 할머니는 영문도 모르게 변해버린 는개를 바라보며 울다가 돌아갔다. 새아빠는 는개가 그렇게 병원신세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는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하였다. 는개는 새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어도 쓰러지기 전처럼 이를 꽉 깨물지도 않았으면 주먹을 쥐고 있지도 않았다.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새아빠의 손길을 배제했다. 실체가 없는 미시세계에서 떠돌아다니는 먼지처럼 인지하고 그것을 거시 세계에서 완전무결하게 무효화시켰다. 머리카락과 머리가 그 더러운 손길의 감촉을 무시했다. 안면인식 장애를 느끼는 사람처럼 는개의 목덜미를 만지고 귀를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손길은 촉발을 잃어버렸다. 단지 밤에 잠들려 누우면 어린 시절 남자의 반질한 턱을 문질렀던 손의 감촉이 고름처럼 올라와서 한동안 불면에 시달려야 했다. 는개의 감각은 남자의 손길을 배재한 채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었고 공책에 숙제를 필기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갔다. 밤이 오고 해와 달이 번갈아가며 바뀌었다. 태양의 냄새가 여러 번 방안을 휘감았고 눈초리를 얇게 만드는 원색의 빛이 여러 날 방에 투침했다. 어느 날 새아빠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는 것을 발견했다.


 새아빠는 시간이 갈수록 무시당한다는 묘한 감정에 휘말리게 되었다. 남자는 지니고 있던 평정심이 점점 바닥을 보였다. 남자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꿀렁거리며 올라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했다. 는개가 치를 떨며 수치심을 참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희열을 느꼈던 남자는 자신이 이 어린것에게 완전히 배척당하고 무시당한다는 기분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을 넘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남자는 페도필리아로 법에게 호되게 혼쭐이 났었다. 구치소에서 여러 번 출소를 했다. 다른 이유로 구치소의 문턱을 들락거렸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겠지만 남자는 소아성애자였다. 어린아이의 가슴을 만지고 성기도 만졌다. 입소하기 전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면 달아올랐다. 그러다가 여자아이에게로만 이입되면서 행위가 점점 심해져 결국 남자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나서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출소를 했다. 자신의 딸이라 할지라도 목 밑으로 손이 내려가면 형량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귀엽기만 한 의붓딸의 성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사채업으로 돈이 많았던 남자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돈을 빌려간 는개의 엄마와 잠을 자는 사이로 발전을 했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었지만 여자의 지갑에서 딸의 사진을 보는 순간 평생 자신의 노리갯감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여자와 동거에 합의를 보고 그 대가로 사채는 갚지 않도록 해주었다.


 남자는 는개의 엄마를 생활 속에서 점점 조여왔다. 외할머니를 집 밖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는개가 잠이 들면 엄마에게 항문 섹스를 강요했고 응하지 않으면 그는 는개를 필두로 협박을 했다. 내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우리는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는개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머리를 만지는 것에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리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는 엄마에게 단호하게 일러두었다. 는개에게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게 하지 말라고.


 처음에는 속았다고 생각한 엄마는 그의 말만 잘 들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는개의 몸도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밤바다 걷잡을 수 없는 항문 섹스를 강요하는 남자가 싫었지만 남자의 아이를 가지는 것보다 나았다. 참을 만했다. 는개는 나날이 예쁘게 자랐다. 가냘프고 여리여리 했지만 는개는 착실하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무참하게 병원신세를 질 정도로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엄마는 남자에게 대들었다가 는개의 생명도 위태롭다는 협박을 받기에 이르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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