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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6. 2021

하루키 안내서

하루키 이야기



요즘은 어디 출판사에서 이런 하루키 안내서(라고 해야 할까)를 만들어 낼까. 예전부터 하루키는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출간되었다. 이 안내서에는 아직 ‘일큐팔사’나 ‘여자 없는 남자들’이나 ‘더 스크랩’이 나오기 이전의 소설과 에세이들을 안내하고 있다. 


그럼 이 많은 하루키의 세계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처음으로 하루키의 문학을 들여온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누가 하루키의 소설을 가슴에 품고 현해탄을 건넜을까. 그 사람이 바로 문학사상의 임홍빈이다. 임홍빈은 30년 생으로 현재는 문학사상의 회장인가 그럴 것이다. 이 사람이 한국에 하루키의 문학을 처음으로 들여왔다.


하루키의 초기 한국 출판물 소설은 대체로 임홍빈이 번역을 했다. 뭐 그때는 몇 편 되지 않았다. 임홍빈은 문학사상의 회장이기도 하지만 이력을 보면 KBS 이사도 했고,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무슨 일을 하는 걸까)도 하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지금보다 훨씬 젊고 강단 있었던 임홍빈은 하루키의 문학을 어떻게든 한국에 들여오려고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임홍빈이 번역한 하루키의 문학은 일본 문학이라 서점에서 반려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반일감정이 심해서 음악은 물론이고 문학까지 제대로 들여올 수 없었다. 일본인이 쓴 책을 우리 서점에서 판다고? 라며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하지만 임홍빈은 좌절하지 않고 하루키의 책을 들고 고속도로 휴게소로 가서 휴게소 가판대에서 팔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팔리는 트로트가 한국을 강타하듯이 하루키의 책은 고속도로를 타고 서서히, 조금씩, 시나브로 읽히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조그만 출판사 사장이자 번역가인 임홍빈이 포기를 해버렸다면 한국에서 하루키가 이렇게까지 대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영하 소설가도 말하는 것이지만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나 자신에게 이기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지지 않는 것, 그것이 자신을 지치지 않고 죽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원이 되는 것 같다. 나 자신은 이겨서 넘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끝없이 보듬어주고 사랑해 주어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나 자신에게 지지 않아야 한다.


임홍빈은 그걸 해낸 것이다. 하루키와도 친분이 꽤 두터운 걸로 아는데 그에 관한 글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어느 책인지, 어떤 글인지 찾을 수가 없다. 아무튼 오래된 책 속에서 오래된 하루키 안내서 같은 것이 튀어나오면 반갑다.


임홍빈은 2017년, 87세에 운수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이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버스회사도 운영한 모양인데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자본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재판부는 “임 회장이 운영하던 서림 리조트는 자본잠식 상태였고, 수십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임 회장은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채권회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버스회사 신흥기업 자금을 대여해 줬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모습은 할아버지가 되어서 잘못을 했으면 잘못을 저지른 나라에게 사과를 하라는 하루키와는 상반된다. 말년에,,, 같은 소리가 들리는 이야기다. 1심 재판부는 “서림 리조트 존속능력이 의문시됐는데도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를 변제해줬다”면서 “다만 신흥기업을 매각하면서 13억 원 상당의 채권을 포기했고, 월간지 ‘문학사상’을 발간하며 30년 동안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했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속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올해로 91세가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하루키 문학을 알린 문학인으로 기억하고 싶다.



#무라카미하루키 #수필집 #하루키에세이 #하루키소설 #하루키단편소설 #MURAKAMIHAR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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