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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6.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7

11장 4일째 저녁

337.


 [같은 날 E아파트 506동에서도 시신이 발견됐다. 역시 제보자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남녀의 두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두 사람 모두 방독면을 쓰고 있었다. 기이한 것은 두 사람 중 남성은 미라와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었다. 몸에 수분이 몽땅 빠져나가고 입고 있던 팬티(아직 삽입하기 전에 미라가 된 것으로 추정)와 방독면이 아슬아슬하게 얼굴에 붙어 있는 채 섹스 행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잘려버린 나뭇가지처럼 말라서 죽어있었다. 형사들은 당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남자 밑에서 같이 죽은 여자는 남자가 경영하는 다운타운의 퍼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었다. 죽은 남자는 30대 독신 남자로 두 군데의 퍼브 겸 바를 경영하고 있었고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성적 취향이 매조틱 했다. 그들의 죽음도 의문투성이라 형사들은 난감하기만 했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영화 속의 장면과 같아서 그저 멍하게 몇 분을 그대로 있었다. 20대 여성의 체내에서 다량의 러미나 정과 엑스터시의 약물이 혈액에서 발견됐고 미처 소화가 되지 않은 알약은 위속에 그대로 있었다. 여성은 술과 약에 취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방독면을 쓰고 숨이 차고 가슴을 답답해하다가 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숨이 멎었다. 남자가 먹인 술과 약기운에 취해 숨을 쉬지 못해서 20대 여성은 안타까운 삶을 마감했다.


 30대 독신 남자는 여자가 숨을 멎은지도 모르고 독신남이 원하는 성적 흥분을 만끽했다. 여성이 먼저 숨을 거뒀다. 이후 몸에서 수분이 전부 빠져나간 독신남도 방독면을 쓴 채 그대로 말라서 죽었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현장에서 국과수로 옮기려 했으나 20대 여성의 몸 위에서 수분이 다 빠져나가 버린 30대 독신 남자는 몸을 건드리는 순간 건드린 곳이 바스러졌다. 얼굴 밑으로 보이는 남자의 신체는 팬티만 빼고 탈의한 상태라 독신남의 몸은 수천 년 동안 잠들어있던 벌레 먹은 미라를 연상케 했다. 실제 미라와 다른 점이라면 바람과 햇빛에 양생이 아주 잘 된 식용 도마뱀의 갈빗대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시신을 옮기려 하자 바람에 모래성이 부서지듯 시신의 몸은 훼손되었다. 감식반과 담당 형사들은 처음 겪는 상황에 놀랐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형사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바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말로 사장인 30대 독신 남자는 자기 색정사 일거라고 했다. 이 나라에 의외로 자기 색정사인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의 형사들은 수차례 그런 현장이나 사건을 접해왔다. 자기 색정사는 뉴스를 통해서 대중에게 보도되지 않았다. 그 모습이 기이할뿐더러 타살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기 색정사 행위를 즐기는 사람들은 순간의 쾌락이 영원히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과한 성도착을 탐닉하는 것이다. 이런 자기 색정사로 죽은 사람이 자살로 밝혀지지만 사고사로 인정받지 못해 가족들은 보험금을 타지 못한다. 또 가족은 타인에게 이 사실이 알려질까 봐 두려웠고 창피했다. 사회는 공공연히 발생하는 성도착증 사건사고로 인해서 곳곳에 나타나는 시신은(누군가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 일일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지 못하게 했다. 자기 색정사의 사고 현장의 공통점은 시신이 격리되어있거나 고립된 자신의 방이나 다락, 지하실 같은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은 대게 안으로 잠겨있다. 시신은 성기를 드러내거나 옷을 벗은 채로 발견되는 일이 많았다. 가끔 시신 중에 남성이 여자의 옷차림을 하고 있기도 한데 복장도착증 때문이었다. 시신이 있는 곳 주위에는 갖가지 도색잡지와 쾌락에 사용되는 도구들이 즐비하고 자기 색정사의 연령층은 대부분 2, 30대 남성의 경우가 많았지만 간혹 여자들도 있었다. 문제는 자기 색정사의 행위로 사망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이미 자기 색정사가 그 도를 넘어섰다.


 담당 형사는 이 묘한 사건이 자기 색정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30대 독신 남자 역시 어떠한 무엇인가에 의해서 시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이 없었다. 전혀 없다. 이 사건이 뉴스를 통해서 흐릿하게 보도가 되면서(단순히 성도착증 집착으로 죽었다) 성도착이 있는 사람들에게 포고를 하는 듯 보였다. 단서는 고사하고 유추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떠한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시발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주관과 객관을 모두 동원해도 작은 땅의 큰 도시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터지기 시작하니 경찰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진전이 없는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인근 산속에서 사람이 하나 실종됐다. 그것은 실종이라기보다는 소멸에 가까웠다. 형체도 냄새도 없이 운동화 한 짝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형사들은 말라서 바스러진 시신과 자신의 몸 안에 부인의 속옷을 잔뜩 먹고 죽어버린 시체의 수사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나야 한다며 흉흉한 소리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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