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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5.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6

11장 4일째 저녁

336.


 두두 두두둑. 빗방울이 창을 때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오케스트라에서 북을 치듯 울렸다. 아침이 찾아오면 마동의 감기는 더욱 지독해질 것이다. 점점 몸이 말라갈 것이다. 문득 햇빛에 바싹 말린 식용 개구리가 생각났다. 수분이 다 빠져나가버린 개구리는 더 이상 개구리가 아니었다. 개구린데 개구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태양을 쳐다보지 못하고 추위를 더 느낄 것이며 구토도 심해질 것이다. 피부는 거칠어지고 뇌의 여러 구간과 핵에서 분열이 일어날 것이다.


 의사가 말한 것처럼 마동의 뇌기능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변이하고 있었다. 마동의 뇌는 보통 인간의 뇌 속에 있는 뉴런이나 시냅스를 두 배나 많이 가지고 있다. 마동은 자신의 뇌에 필요 이상으로 꽉 들어찬 뉴런과 시냅스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의력으로 뇌의 공간감을 나뉠 수 있다고 의사에게 들었다. 마동 자신이 전두엽에서 하는 일을 두정엽에서, 두정엽에서 하는 일을 측두엽에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뇌가 구간에서 확실하게 하는 일을 서로에게 협력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강요와 질서를 요구하고 마음의 순수한 부분을 잠식하게 된다. 무의식 속에 숨어 지내던 이드를 불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드라는 것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그런 세계와는 무관하게 는개는 마동의 가슴에 아기처럼 안겨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잠들어 있었다. 행복하게 잠든 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등뼈는 애처롭기만 했다. 마동은 는개의 등을 쓰다듬었고 는개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왜 하필 오늘에서야 이야기를 꺼내놓았을까. 좀 더 일찍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미리 했더라도 어쩌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상처 받는 깊이만 더 깊어질 뿐이다. 마동은 3일 전부터 마동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있다. 물론 답은 목신 판이 어딘가에 숨겨놓아서 절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을 멈출 수는 없었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마동 자신은 그대로 아파트에 귀속된 노인처럼 될 것만 같았다. 마동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외계에서 온 물품처럼 보이는 모니터로 티브이를 틀었다. 집에 티브이는 없었지만 17인치 컴퓨터 모니터가 거실에 있었다. 그 속에서 뉴스가 나오고 뉴스에서는 마동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소식을 속보로 내보내고 있었다.      


 [E아파트 203동에서 발견된 사체는 여자속옷을 입은 채 자신의 침대에서 사망했다. 입안에는 부인의 속옷이 잔뜩 들어있었는데 그것은 엄청난 양이었다. 감식반이 와서 그 속옷을 빼내는데 결국 장기까지 딸려 나와서 그대로 두고 부검실로 옮겨야 했다. 감식반의 몇몇은 속옷에 얽혀 딸려 나오는 내장 장기를 보고 토하기도 했다. 목 여러 곳에 끈 자국이 선명했고 개목걸이와 부인의 스카프, 브라의 끈 자국들이 얼기설기 꽈리처럼 엉켜 있었다. 어떤 누군가가 입을 통해 목구멍으로 속옷을 집어넣었다는 증거다. 사망자는 무릎과 두 발로 스카프와 속옷으로 묶여있었다. 형사들은 외부의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부인을 의심했지만 부인 역시 의자에 기이한 형태의 자세로 엉덩이를 보이며 묶인 채 성기를 드러내 놓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제보를 받고 형사들이 달려왔지만 그 제보자의 행방이나 목소리 추적이 어려웠다. 전화의 발신은 400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관할 형사들이 사건 현장에 달려왔을 때 부인의 이상스러운 모습에 선뜻 방에 들어가서 묶여 있는 부인의 몸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같이 투입된 여형사 덕분에 묶인 부인의 끈을 풀었다. 끈은 발목과 손목을 강하게 조인 탓에 부인의 손과 발은 부자연스러운 검은색으로 변해있었고 퉁퉁 부어 버렸다. 여형사가 부인의 몸에 묶여 있는 줄을 푸는 동안 형사들은 그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부종이 심해 검게 변한 손과 발은 원래 살갗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혈액이 전혀 순환하지 않아서 응급 처지를 했다. 의자에서 풀려난 부인은 다시 기절을 했고 몇 시간 있다가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부인은 남편이 죽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형사들의 현장 스케치에서 부인은 뒤돌아 있는 상태였고 손발이 너무 촘촘하고 꼼꼼하게 묶여있어서 부인이 그것을 풀고 남편을 살해하고 다시 혼자 자신의 손발을 묶을 수는 없다고 단정을 지었다.


 제3의 인물이 아파트로 들어와서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그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제보자의 행방을 찾는 것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데 전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전화국의 데이터 상으로 발신자가 있는 곳은 400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은 영산강 상류의 벌판에서 시작되었다. 가망이 희박하기만 했다. 형사들이 전화국에서 확인한 제보자의 목소리는, 남자로 30대인지 40대인지 50대인지 몇 살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시신의 부인은 밤새도록 묶여 있던 탓에 몸에 무리가 왔다. 성기의 기능도 저하되었고 부종은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해도 빠져들지 않았다. 검게 변한 손과 발 또한 색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후에 형사들은 시신의 부인은 취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정신적인 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받았다는 의사의 소견을 전해 들었다. 국과수로 옮겨진 남편의 시신은 부검을 통해서 시신의 얼굴 주변과 장기에는 피가 흐르지 못하고 뭉친 울혈이 심하게 보였고 안구와 눈꺼풀 사이에 피가 고여있고 결막과 폐에 출혈로 인해 냉기는 좁쌀 같은 일혈점이 나타났다고 시간이 많이 흐른 후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국과수에서는 질식사로 관찰되는 소견을 보였고 사건은 자살도 타살도 아닌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죽은 남자가 자신의 몸을 그렇게 꽁꽁 묶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양의 스카프와 속옷을 먹었다는 것도 이상했다. 묶인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그 많은 양의 속옷을 억지로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인데 그 누군가의 단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지문이나 발자국, 당시 아파트 단지 내의 사람들을 탐문 수사를 해도 다녀간 사람의 흔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의 CCTV 속에서도 집에 드나든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미궁 속에 사건은 후에, 결국 사고사로 결론이 내려졌다. 부인은 정신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진척이 없었고 자궁이 심하게 파손되어서 여러 번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부인의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아이로 변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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