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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7.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8

11장 4일째 저녁

338.


 모니터 속의 뉴스는 속보를 앞 다투어 내보내고 있었지만 겉도는 보도뿐이었다.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고사로 두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내보냈고 모자이크 처리가 된 아파트 주민을 인터뷰하는 영상이 나왔다. 사람이 모래처럼 변했다는데 왜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느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몰라서 너무 무섭다, 라는 주민의 인터뷰 내용이 화면을 통해 부산스럽게 나왔다. 사람들은 자세한 진위를 알지 못했지만 기괴한 사건이 일어난 아파트에는 살 수 없다는 생각들이 점점 깊어졌다. 아파트값은 이제 바닥을 치고 아파트 내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만과 불안은 커져갔다. 보도국은 이 사건을 아주 자세하게 파헤쳐서 방송을 내보내려고 했으나 정부의 관계자들이 이미 방송국에 들어서서 보도국 국장과 방송국 사장을 포섭하여 면담을 가진 직후라 불가능했다. 그 사실을 방송국의 윗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알지 못했다. 프로듀서들은 외압에 의한 방송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마동도 졸음이 쏟아졌다. 아직 하늘은 컴컴했다. 여름밤이지만 비가 내려 밤하늘은 어두웠고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왜 잠이 쏟아지는 것일까.


 며칠 동안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 되어야 겨우 잠들 수 있었던 마동은 잠이 쏟아지는 것마저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의 품에는 아름다운 는개가 발가벗은 채 안겨서 잠이 들어 있었다. 기하학적인 숨소리를 고요하게 뱉어내는 그녀의 몸을 감싼 채 마동도 졸음에 겨워 잠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는개의 가냘프고 매끄러운 등이 미세하게 아래위로 움직였다. 잠이 쏟아졌지만 마동은 미려하고 미세한 움직임의 는개를 낙조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동은 좀 더 는개를 눈으로 담고 싶었다.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 세계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끝이 없는 세계가 는개의 등에 있었다. 는개를 감싸고 있던 오른손으로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견고했다. 부드러웠다. 등을 끌어안았다. 는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또 한 번 생겨났다. 그녀의 미소를 보며 마동도 잠이 들었다.      



 [2시간 전]

 밤이 되었지만 여름날 해변의 바다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나와 있었다. 해무가 해안으로 들어와 해변을 가득 뒤덮고 있어도 사람들은 저마다 해변의 곳곳에서 술을 마시거나 밀려오는 파도에 장난을 쳤다. 모두 밤바다의 정취에 녹아들어 여름밤을 보내고 있었다. 하늘은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저 멀리 보였지만 사람들은 먹구름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해안은 커다란 유선형의 리아스식 해안으로 파고가 낮은 파도만 밀려들어오는 비교적 평온한 해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만들기까지는 본격적인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 대대적으로 테트라포드를 심어 놓아 해류를 잠잠하게 만들었다. 수천 개의 테트라포드가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해안 저 멀리 바다 밑에는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덕분에 물고기와 바다생물들 역시 무럭무럭 살아가게 되었다. 여름의 밤이 되면 수온이 올라가서 바다 멀리 있던 붕장어와 작은 게들이 해안 가까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투망을 던져 여름밤에 해안을 찾아온 물고기들을 낚아 올려 그 자리에서 사람들과 회를 떠서 먹기도 했다. 투망처럼 생간 그물망을 던지는 행위는 불법이었지만 제제하거나 나무라는 해안경찰이나 관계자들은 없었다. 한 번 던지면 투망 속에는 게라든가 물고기가 한가득 끌려 올라왔다. 해변에는 그렇게 잡아 올린 물고기를 구경하려고 모여드는 사람들에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밤바다의 풍경에 취해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여름밤을 즐겼으며 찐득거리는 몸으로 밤바다의 탁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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