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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18.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39

11장 4일째 저녁

339.


 바다 위에는 길 잃은 아이의 영혼처럼 해무가 이리저리 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었다. 마치 바다 밑으로 들어가지 못해 억울해하는 모습처럼 비참해 보였다. 그리고 스산하게 움직였다. 해변에는 50대로 보이는 남자들도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흥이 달아올랐다. 50대 무리의 남자들은 흥에 취해 술을 마시다가 합심을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친구사이로 가정을 잠시 놔두고 친구들끼리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바닷가에 모였다. 그들이 바다에 뛰어드니 이곳저곳에서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해양경찰이 감시대에서 호루라기를 불면서 그들을 저지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술을 마셔서 경찰이 잡으러 와서 끌고 나올 때까지 바다에서 나오지 않았다. 해수욕장의 바다 수위는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았고 수온은 미지근했다. 바다는 안전했지만 사고에 대비해서 야간에는 입수를 금지했다. 50미터 정도까지 나가야 바다의 수위는 어른 가슴의 높이 정도 되었다.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에 비해서 해양경찰의 수가 적었다. 갑자기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을 끌고 나오느라 해양경찰은 모두들 감시의 대상의 집어넣지 못했다.


 사람들은 끌려 나오면서도 즐거워했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 노래를 크게 부르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었다. 경찰은 옷과 머리가 다 젖어가며 사람들에게 호루라기를 불며 몇몇을 끌고 나왔다. 감시본부에 쉬고 있던 경찰도 나와서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을 끌고 나왔다. 해양경찰은 사람들 모두 끌고 나왔지만 한 사람을 시야에서 놓쳤다. 그 사람은 50대 남자들 중 한 명으로 허리까지 오는 바다에 들어가 더 멀리까지 헤엄을 쳤다. 남자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바다수영을 잘했었다. 물개라는 별명으로 이 고장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린 시절에는 여름이면 여기 해수욕장에 와서 헤엄을 치곤 했다. 그때는 해수욕장의 모습만 가지고 있었지 제대로 된 해수욕장이라 할 수는 없었다.


 파도가 일어도 남자는 물개처럼 파도를 가르고 물살을 헤치며 앞으로 갔다. 남자는 조금 더 헤엄쳐가서 바다가 가슴까지 오는 것을 확인했다. 술은 좀 마셨다. 하지만 헤엄을 치지 못할 만큼 마신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비록 배가 나오고 몸도 예전 같지 않지만 여기서부터 저기 보이는 작은 바위섬까지 헤엄쳐 갈 수 있다. 한 번 해보자. 마음을 굳히자. 지금까지 험난한 일도 겪어왔는데 이까짓 것쯤 문제 될 건 없다. 간단한 일이다. 거리는 대략 15미터 정도였다. 남자의 친구들은 경찰에게 이끌려 바다를 거의 빠져나가 해변으로 가 있었다. 술기운 탓인지 바다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수온이 전해지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남자가 숨을 들이쉬고 자유형으로 천천히 팔을 저어 멀리 나갈수록 수온은 점점 따뜻해졌다. 잠시 멈추었더니 발이 바닥의 모래에 닿지 않았다. 이렇게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이 얼마 만이었던가. 시원하게 방뇨를 했다. 소변에 체내에서 빠져나갈 때 한순간 온도가 내려가서 몸이 시원해졌다. 떨림이 있었지만 이내 바다의 따뜻한 수온이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남자는 목까지 오는 찰랑찰랑한 바다의 수면을 보았다. 해안가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물이 따뜻해! 물이 뜨끈해! 마치 온천 같아!”라며 사람들은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남자는 술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 자신만이 느끼는 바다의 온도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큰소리를 내며 즐거워했고 해안가에 있던 사람들이 바다에 발을 담그고 다시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경찰들은 다시 분주하게 그들을 만류했다. 멀리까지 나가지 않고 사람들은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 따뜻해진 바다에서 때 아닌 온천을 즐겼다. 수온은 조금씩 더 올라가서 양반다리로 앉으면 반신욕을 하는 기분을 가질 수 있었고 바다에 앉아서 땀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해수욕장의 하늘 위에는 곧 비를 뿌릴 것처럼 거대한 구름이 머무르고 있었다. 구름은 어두웠지만 자줏빛을 띠고 있었다. 자줏빛의 구름을 눈치채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구름은 분명 자주색을 띠고 있었고 구름의 저편에서는 거대한 마른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바다는 마치 자연 온천탕처럼 수증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수온은 따뜻해졌다가 이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바다 주위는 해무가 들어차서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해무에 흡수되어서 하나의 완전한 증기탕의 세계를 보는듯했다. 자줏빛 먹구름은 실체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차례 쿠르릉하는 천둥소리를 내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수증기를 피워 올리며 데워진 바닷물 속에서 온천의 기분을 만끽했고 하늘에서는 시원한 비가 내려서 더욱 즐거운 여름밤의 해수욕을 즐겼다. 해수욕장의 밤바다에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로 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닷속에서 바다 온천을 즐겼다.


 그것은 매우 기이한 풍경으로 뜨거운 바닷물에서 온천을 즐긴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비상상황으로 더 늘어난 해양경찰과 해안경비대원들의 긴장 가득한 표정과는 달리 바다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즐거웠다. 해양경찰들은 떨어지는 비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비는 어쩐지 비린내를 동반하는 듯했다. 비린내는 정확하게 무슨 비린내인지 집어내기가 애매했다. 마른 복숭아에서 나는 냄새인데 기분이 나쁜 냄새 같았다. 그들은 다른 지역의 큰 해수욕장의 해안경비대나 해양경찰들에 비해서 위기의식이 덜했다. 이곳 바다는 지금까지 사고사가 없었고 안전사고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이한 풍경을 바라보며 그들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과 난처함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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