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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03. 2021

희극지왕

주성치 이야기

사우(주성치)는 엑스트라로 영화판을 어슬렁 거리며 단역이라도 얻으려 한다. 사우는 배우가 꿈이지만 녹록지 않다. 같이 출발했던 성룡은 이미 저 위로 올라갔는데 사우만 아직 밑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그렇지만 매일 영화판으로 단역을 따내려고 나간다. 그렇지만 연기를 너무 못해서 늘 쫓겨난다.

 

벌이가 없으니 늘 굶주려있어서 영화 촬영 장소에 가면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지만 그것마저 만만찮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거의 지옥 같다. 하지만 사우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믿고 단역을 따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영화판으로 나간다.

 

사우는 연기학원을 열어서 연기 수업을 하고 있지만 강연장에는 아이들만 모여들어간 돈이 없는 노인들뿐이다. 사우는 자신이 가난해도 깡패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노인의 앞에 돈을 슬쩍 놓아두기도 할 정도로 정의롭다. 그러던 중 술집에서 일하는 호스티스들이 사우를 찾아온다.

 

술집에서 연기를 해서 술이 취한 손님들의 돈을 뜯어야 하는데 연기를 너무 못해 주성치, 사우에게 배우러 온다. 피우(장백지)에게 돈을 받은 사우는 첫사랑의 감정, 그 느낌,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준다. 피우는 첫사랑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첫사랑에게 마음과 몸을 빼앗기자 첫사랑이었던 남자가 돈을 벌어 오라며 구타를 일삼는 바람에 지금의 술집에서 호스티스가 된 것이다.

 

피우는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연기를 수업받다가 사우에게 사랑을 느끼고 만다. 사우도 피우의 맑은 모습을 보며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같이 밤을 보내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보러 나간 피우를 보며 사우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세상에서 제일 예쁜 호스티스와 잠을 자면 얼마를 줘야 하느냐고 묻는다.


피우가 들어오기 전에 시우는 저금해 둔 얼마 안 되는 돈을 다 그러모아 옷 위에 올려놓는다. 방으로 들어온 피우는 옷 위에 놓인 돈을 보고 그대로 쥐고 옷을 입고 “잘 있어요 사장님”라고 주성치의 집을 나온다.

 

사우는 이불을 덮고 있다가 밖으로 따라 나와서 멀어지는 사우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내가 일을 그만두면 네가 먹여 살려 줄 거냐고 피우가 큰 소리로 말한다. 주성치, 사우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먹여 살릴 거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장백지, 피우는 네 앞가림이나 잘 하라며 택시를 타고 가버린다. 택시 안에서 피우는 눈물을 펑펑 흘린다.


시간이 지나 주성치, 사우는 계속 연기를 해서 최고의 영화배우 부망(막문위)의 눈에 들어간다. 그리고 사우는 오열하는 사랑에 대한 연기로 주연배우를 꿰차게 된다. 그런 온몸으로 연기를 하는 사우를 부망도 사랑하기 시작한다. 사우가 잘 나가고 있을 때 피우는 술집에서 거액의 돈을 줄 테니 술 시중을 들라는 재벌의 요구를 거절한다. 장백지, 피우는 이미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찼다.

 

시중을 들라는 재벌과 그 요구를 거절하는 피우 사이에 결국 첫사랑처럼 재벌은 폭력을 휘두른다. 재벌은 그동안 피우를 꼬시려고 쓴 돈이 얼만데 네가 나를 배신을 하냐며 얼굴을 때리고 배를 걷어찬다. 그래도 피우는 더 이상 거짓 사랑을 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버틴다. 계속 걷어 차이며 술 시중을 들라는 재벌에게 장백지, 피우가 하는 말은 “안 돼요”였다.


영화 촬영이 다 되어 무방(막문위)이 스포츠카를 몰고 주성치, 사우를 데리러 사우의 집으로 왔을 때 얼굴이 엉망이 된 장백지, 피우가 와서 사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방이 빨리 가야 한다며 사우를 옆에 태운다. 사우는 피우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말에 피우는 없다고 말하며 잘 가라고 한다.


차는 그대로 떠난다. 차가 저 멀리 떠나갔을 때 피우가 큰 소리로 사우를 불러 차를 세우고, 날 먹여 살린다는 말 진짜예요?라고 묻는다. 무방이 사우의 눈치를 본다. 사우는 무표정으로 “그! 래! 요!"라고 한다. “거짓말 아니죠?"라고 하니 그제야 주성치가 환하게 웃으며, 나는 당신 대답만 기다렸어요, 라며 두 사람은 포옹을 한다.


주성치의 희극지왕을 보면 채플린의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든다. 보는 내내 유치해서 웃긴데 다 보고 나면 어쩐지 찡하다. 채플린이 말한 코미디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받아들여진다. 인생이 바로 그렇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온통 비극 투성이다.


주성치는 늘 루저들을 다룬다. 루저는 모자라고 불쌍하지만 주성치는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다룬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잔뜩 만들 수 있을까. 주성치만큼 사람을 유치하게 만들어버려 웃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와중에 택시 안에서 눈물을 쏟는 장백지는 제대로 인상 깊다. 이런 장 바이즈의 모습 덕분에 어쩌면 파이란에 발탁되지 않았나 싶다. 


주성치의 영화는 복잡하지 않고 사상이나 나르시시즘 따위를 따지지 않고 사랑을 말하고 있다. 보석 같은 사랑. 오래전 영화지만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매력은 보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그 빛남은 변하지 않아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이 영화는 후에 주성치 감독으로 다시 한번 리메이크가 된다. 리메이크된 희극지왕은 주성치만큼 웃음으로 덜 두드려 맞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눈물이 펑펑 난다. 몹시 감동적이었다. 더불어 세상을 떠난 주성치 영화의 또 다른 꽃,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오맹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https://youtu.be/cWtq4d-oMlc

유튜브 Y-tube Entertainment 영상. 희극지왕 [1999] 명장면 (7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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