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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3. 2021

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월드

https://youtu.be/OCVRE4znbyc

[Movie OST] 라스트 레터 Last letter 2020 ラストレター Main Theme, Melody Project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는 개인적으로 2년 전에 본 중국 버전이 더 와 닿았다. 이와이 슌지는 똑같은 영화를 어째서 두 번 연출했을까. 어떻든 재미있는 건 배우 '모리 나나'는 중국 버전에도, 일본 버전에도 다 나온다. 일본 버전에는 조연으로 소개되고 중국 버전에는 주연으로 소개된다.


중국 버전의 라스트 레터를 봤을 때 이 영화는 러브레터를 지나 수많은 시간을 거쳐 영화를 보는 지금의 사람들에게 나침반 같은 방향을 느끼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라는 게 한 인간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운 시절이 있고 누군가를 잃어버리고 죽을 것처럼 슬퍼하지만, 그렇기에 이 지옥 같은 매일을 견딜 수 있다고 이와이 슌지의 영화는 꼭 말한다.


그 속에는 그리움이라는 기묘한 감정이 있어서 힘이 들 때 그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등장하여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하고 슬퍼하는 가슴을 안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에서 몹쓸 놈의 선배가 하는 말처럼 사람의 인생을 고작 소설책 한 권으로 다 담아낼 수는 없다.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악한 것이 인간이지만 반면에 고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도 인간이니까.

일본 버전 속에는 안노 히데야키도 나온다. 누군지 다 알겠지만 에반게리온의 원작자이다. 그가 만든 영화 ‘신 고질라’를 나는 재미있게 봤는데 그 영화 속에서 고질라를 소거하고 거기에 ‘핵’을 대입하면 대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영화였다. 이와이 슌지 월드 속에 쭈욱 같이 했던 마츠 다카코도 나오고, 러브 레터의, 역시 선배였던 토요카와 에츠시도 나온다. 감성 돋는 풍성한 연출로 그리움이라는 게 화면 가득 나오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중국 버전이 더 가슴을 적셨다.

일본 영화계를 보자면 이렇게 이와이 슌지의 창작 각본으로 만든 영화는 일본 극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 점점 더 영화 쪽 문화는 악화되어 가고 있다. 공각기동대의 오시미 마모루는 귀칼의 돌풍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한국의 영화산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일본에서는 그 자식 공각기동대 하나 빼고 뭐 만들어 낸 놈이지? 그런 놈이 왜 지껄이고 있냐,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봉 감독이 ‘옥자’를 만들 때 촬영장에 와서 감탄을 하고 돌아간 이력이 있다. 오시이 마모루와 비슷한 생각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가지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프랑스에서 상을 받고 해외에서 화제가 되었는데 그때 아베 정부가 전혀 언급이 없는 것에 프랑스 언론이 너도나도 그 사실을 신문에 실었다. 그제야 아베가 고레에다에게 축전을 보냈는데 고레에다 감독이 반사했던 일도 있었다.


일본은 감독과 배우들의, 그러니까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의 무덤이, 무덤 정도가 아니라 아무튼 지옥 같은 곳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와이 슌지가 이미 중국 버전의 ‘라스트 레터’를 만들었지만 일본 배우들을 데리고 다시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라며 만들지 않았을까. 아무래도 자국의 영화산업이 엉망진창이 되어 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귀칼이 돌풍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일본도 한국의 웹툰을 엄청나게 보고 있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일본의 영화가 몰락해가는 것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나 좋아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계속 보고 싶잖아. 지금까지 나온 영화를 다 봤는데 앞으로 나올 영화가 당연하지만 보고 싶으니까.


#라스트레터 #이와이슌지 #마츠다카코 #히로세스즈 #모리나나 



편지 하나로 이렇게 가슴 조이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와이 슌지에게 놀랐고 영화를 보면서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가는 나 자신 때문에 놀랐던 영화.


첫사랑(에게 쓴)

편지(를)

소설(로 적어서)

만으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기까지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무엇보다 코를 훌쩍거리게 되는 영화.


편지 하나로 가슴 뻑뻑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이와이 슌지는 마술사 같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러브레터를 볼 때보다 스웨터 두 장, 만큼의 더 한 감동이 가슴에 꽉 차 들었다. 이와이 슌지가 영화를 계속 만드는 한 나는 이 가슴이 꽉 차는 감정의 끈을 놓치지는 않을 것 같다. 


허접한 시나리오를 써 놓은 게 있는데 영화를 찍고 싶다고 강렬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와이 슌지는 이런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릴리 슈슈에서도 언두에서도 피크닉에서도 하나와 엘리스에서도 립반 윙클의 신부에서도. 마지막 편지에서 흐르는 음악 역시 머리보다는 가슴의 골 사이를 잔잔하고 깊게 파고든다.


 - 2019. 2. 9


2년 전 2월에 본 라스트 레터는 그런 감정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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