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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7. 2021

러브레터

영화 이야기


https://youtu.be/OzJiw-tiY9Q

러브레터 (Love Letter) OST - Winter Story


러브레터는 볼 때마다 포인트가 달라진다. 처음 봤을 때 보지 못한 것을 다시 볼 때 눈에 들어오고,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다시 보면 가질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이라 알지 못했던 이츠키와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히로코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관계에 좀 더 깊게 발을 담근다.


히로코가 눈 밭에서 잘 지내냐고 감정이 오를 대로 올라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아마도 히로코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그 한 장면에 깊게 몰입되어 그대로 함몰될지도 모른다.


결국 부치지 못한 편지는 그림이 되어 다시 이츠키의 손으로 돌아오고, 히로코와 이츠키는 그렇게도 몰랐던, 잊지 못했던 사랑을 찾아간다.

 

이와이 슌지는 이 이야기를 그대로 묻어 둘 수 없어서 어쩌면 이츠키와 히로코를 후에 하나와 아리스(엘리스)로, 4월 이야기로 다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또 흘러서 휴대폰이 도래한 이 시대에 ‘라스트 레터’로 태어나 아직 편지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다. 언니의 지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간 중학교 동창회에서 동생의 외모가 언니와 똑 닮아서 언니로 착각을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부분이 이츠키와 히로코의 외모가 같은 모습을 이와이 월드를 좋아하는 팬들은 답습한다. 그렇게 동생은 언니가 되어 편지를 주고받다가 편지 속에서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를 이와이 슌지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일본 특유의 영화라고 하는데 일본 특유가 아니라 이와이 슌지가 가지는 고유한 색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대방에게 바라는 말은,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보다 아침에 눈 뜨면 잘 잤냐고 물어보고 잠들기 전에 잘 자라는 평범한 인사일지도 모른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 정도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     

나카야마 미호는 러브레터에 등장하기 전에 아이돌로 먼저 데뷔를 했다. 나카야마 미호의 영화 중에 '사요나라 이츠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큰 굴곡이 없는데 보고 있으면 계속 보게 된다. 영화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훨씬 이전에 소설로 먼저 읽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둘러싼 분위기는 아주 기묘하다고 생각하는데(개인적으로),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를 그대로 영화로 옮겨 놓은 것이 이 영화고, 주인공 나카야마 미호는 치즈 히토나리의 아내이다. 현재는 이혼했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츠지 히토나리의 글은 현실적인데 읽고 있으면 담담하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버리는 그런 착각이 든다.    

            

감독은 인천 상륙작전을 만들었던 이재한 감독이다. 이 영화는 과거의 회상 부분은 화양연화의 미장센을 보는 듯하다. 화양연화의 양조위와 장만옥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감독이 화양연화를 좋아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화양연화보다 좀 더 허구의 이야기에서나 볼 법한 주인공들이다. 빼빼 마른 몸이지만 너무나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들인 나카야마 미호의 이미지와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몸과 얼굴을 가진 니시지마 히데토시(소년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의 이미지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이 문장이 영화를 관통한다. 주인공 유타카는 약혼녀를 놔두고 타국에서 관능적인 토우코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유타카와 토우카는 마치 첫사랑처럼 타오른다. 재가 될 것처럼 만나는 매 순간을 태워버린다.      

         

인간은 매일 먹은 밥보다 가끔 먹는 라면이 더 맛있고 집보다는 경치 좋은 곳의 펜션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라면도 자주 먹다 보면 질리고 일탈이 길어지면 불안하고 불편해서 일상의 편안함을 찾게 된다. 그게 인간이다.               


넌 더 이상 젖지 않고 난 더 이상 서지 않아,라고 말하게 되는 순간 꿈같던 일탈도 끝내게 된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언제까지나 남아서 세월을 괴롭힌다. 두 사람은 불장난을 끝내고 헤어진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후 재회를 한다.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의 격정적인 사랑을 위해 카메라는 주인공들 얼굴 가까이 크게 줌인해 들어간다. 너무나 예쁘고 정말 멋진 얼굴과 몸매로 첫사랑을 하는 젊은이들처럼 태국의 열기보다 더 뜨겁게 타오른다. 화양연화처럼 배경음악 역시 좋다.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가 아주 은은한 향초처럼 좋다.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꼭 미야자키 하야오의 ‘귀를 기울이면'의 아마지와 세이지가 현실로 뛰쳐나와서 그대로 어른이 된 것 같다.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이별 인사 '안녕'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 한 명이라 생각하는 게 좋다.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뜨거운 사랑을 받았어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된다.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륵 녹아 버리는 얼음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다.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는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난 반드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안녕, 언젠가. 사요나라, 이츠카,였다.   

           

https://youtu.be/bpFz8ksR2vU

나카시마 미카 - 안녕, 언젠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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