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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3.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4

12장 5일째

344.


 506동에서 발견된 시신은 더욱 오리무중이었다. 20대 여인은 약에 취해 방독면을 덮어쓴 채 숨을 쉬지 못해 기도가 닫혀 죽었다. 여자는 죽기에 아까운 나이였고 미인이었다. 정황적으로 봤을 때 여자가 먼저 죽었다. 독신 남자는 여자가 죽은 것도 모르고 여자의 몸 위에서 하고 싶은 성행위를 마음껏 했을 것이다. 그렇게 보였다. 그 역시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방독면을 쓰고 하는 성행위는 류 형사가 생각하는 섹스의 영역을 벗어난 행위였다. 류 형사는 입을 약간 벌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방독면을 쓰고 하는 성행위가 어떤 의미와 기분을 가져다주는지 그곳이 닿지 못했다. 방독면을 쓰고 죽은 것도 기이했지만 시신을 발견했을 때 몸에 수분이라고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더욱 기괴했다. 78%가 수분으로 인체는 이루어져 있지만 2%가 부족하면 몸은 이상반응이 일어난다. 인간의 몸은 물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의 시신처럼 되려면 얼마만큼의 수분이 빠져나가야 한단 말인가, 독신남이 이렇게 수분이 빠져나가 말라버렸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수분이 다 빨려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 외에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음이 없다.


 몸이 재로 변해서 부검을 할 수도 없었지만 약을 먹었을 것이다.라고 류 형사는 직감을 했다. 여자가 먹은 약과 동일하거나 좀 더 적은 양의 약을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 약 속에 몸을 휘발시키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남자의 체내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서 몸이 전부 타버려 재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하지만 류 형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보고 받은 바, 그 어떤 약도 이렇게 사람의 몸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에 호르몬 이상반응 때문인가, 하는 영화 속에 일어나는 생각을 해봤지만 답은 아니었다. 30대 독신남의 시체 역시 어떤 무엇인가에 의해서 이렇게 된 것이 분명했다. 그 확신에 찬 분명함 뒤에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불안함이 따랐다. 사람들이 우주에 휴대전화를 띄워 올려 휴대폰으로 촬영한 우주의 영상을 인터넷으로 방송하는 시대에 기괴한 생명체에게 몸의 수분이 다 빨려버려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기에는 터무니가 없었다.


 사건에 다가갈수록 구체성은 점점 엷어지고 희미해지기만 했다. 어떤 것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류 형사는 오귀스트 뒤팽이라도 부르고 싶었다. 그가 와 준다면 이 모호한 사건을, 그가 해결했던 많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처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뒤팽이 있었다면 ‘무엇이 일어났었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일어난 적도 없었던 어떤 일이 일어났었나?’라는 관점에서 수사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천하의 뒤팽이 온다한들 이 사건을 수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류 형사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 하다가 라이터를 내려놓았다. 담배에 손댔다는 것에 놀라서인지 담배를 집어 들었던 왼손가락의 냄새를 맡고 청바지에 다시 손을 비볐다. 오래된 청바지의 한쪽 면이 색이 바래져 있었다. 류 형사는 다른 서류를 펼쳤다. 이 고장의 하나뿐인 작은 해변에 출동했을 때는 상황이 더 기이하고 엉망이었다.


 바다는 두 시간 동안 뜨겁게 끓어오르다 멈추었다. 마치 냄비에 라면을 넣어서 끓이듯 바다는 펄펄 끓어올랐다. 바닷속에 있던 물고기들은 전부 푹 삶겨 죽어 떠올랐다. 두 눈을 뜨고 하늘을 보며 죽어버린 물고기 떼의 수가 몇 천 마리였다. 상상 이상의 모습이었다. 죽은 수 천 마리의 물고기가 하루 만에 식어 버린 바다 위에서 썩어가며 풍겨내는 냄새 또한 그 어떤 악취보다 심했다. 시청은 방역업체와 청소용역업체에 발 빠른 하청작업을 하달했지만 업체들 역시 처음 겪는 난항에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바다에서 풍겨오는 악취는 무더운 여름날 고등어의 대가리만 잘라서 넣어둔 고무 통에서 풍겨 나는 썩은 냄새와 비슷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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