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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an 24.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45

12장 5일째

345.


 그 속에 해초의 비린내와 오래된 곰팡이의 냄새도 섞여 있었다. 물고기들이 둥둥 뜬 바다 위에는 사람이 한 명 떠올라 죽었다. 해안경찰과 안전요원들은 질책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억울했지만 멀리까지 헤엄쳐 나가는 사람을 관리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고에 문책을 피하지 못하고 조사를 받을 것이다. 더불어 관할 경찰서 부서장과 현장을 감독해야 하는 현장감독관 역시 조사를 피하지 못한다. 사고가 터진 후 관계자들은 윗선에 불려 가서 문책을 당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그로 인해 밥줄이 끊긴다는 불안감만이 그들의 정신을 지배했다. 바다는 거대한 해물탕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사람들은 그저 넋이 전부 나간 상태로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바다는 두 시간 동안 인근 해변을 뜨거운 온천탕으로 만들었다. 등을 보이며 바다 위에 뜬 시신을 거두어서 똑바로 눕혔지만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물고기는 물고기라는 형체를 알아볼 수 있었지만 죽은 시체의 몸은 풍선처럼 부풀었고 살갗은 이미 익을 대로 익어서 물을 한껏 빨아들인 부풀어 오른 스펀지 같았다.


 시신을 바로 건지려 몇 대의 보트가 들어갔지만 펄펄 끓어오르는 바닷물이 모터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시신을 빨리 건져내야 했다. 보트보다 덩치가 큰 배들이 오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해양경찰은 노를 저어서 시신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신을 들어 올리려고 하는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지 않았다. 바닷물이 끓어올라 풍기는 비린내의 냄새와 여기저기서 죽은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냄새가 코를 막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 냄새는 머리를 아프게 하고 고통스럽게 했다. 더 나아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비린내는 강력했고 바람을 타고 바닷가에 인접한 곳으로 퍼져 나갔다. 집집마다 문을 잠그고 에어컨을 가동했고 심한 악취에 먹은 것을 다 토하는 사람도 있었고, 참치 못해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끓어오르는 바다가 풍기는 비릿한 악취는 도시로 서서히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보트 위로 사체를 인양하는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악취 나는 수증기로 인해 인양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땀을 비 오듯 흘렸고 계속 내리는 비마저도 비린내를 품고 있었다. 바닷물이 튄 작업자의 살갗은 불에 덴 것처럼 자국이 남았다. 시체는 굉장히 뜨거워서 손으로는 무리였고 건지려고 노를 사체에 갖다 대면 갖다 댄 부분의 살점이 매운탕 속의 매기처럼 허물어졌다. 보트는 끓어오르는 바닷물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조금씩 바닥이 갈라졌다.


 투입된 해양경찰들은 다시 노래를 저어 해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흘러 대형보트가 투입되었고 사람은 건져냈지만 사체의 얼굴은 인간의 얼굴에서 벗어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해변에는 각 방송사에서 나온 보도국의 취재 열기로 대단했다. 이미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의 방송사에서도 헬기를 타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바닷가를 카메라로 담고 있었다. 해변의 한쪽에서는 지구의 멸망을 외치는 이들이 지구 밖의 생명체에 대한 경의를 표해야 한다며 기도를 하고는 모습도 보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굿판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 이 모든 현상이 인간들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들에게 벌을 주시려나 봅니다. 전부 기도 합시다. 기도만이 살길입니다. 이제 죽는 다면 현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완전한 불사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현세에서 누리지 못한 열반의 세계로 갈 수 있게 전부 절을 합시다. 라며 곳곳에서 종교인들이 모여들었다.


 “네, 현장입니다. 이곳은 지옥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과 여러 나라에서 방송을 취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시장과 구청장이 나와서 사태에 대해서 회견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초자연적인 현상에 발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종교단체들이 해변에 나와서 각 종교의 방식으로 기도나 법회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현장에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투입된 공권력은 어린이들이나 노약자들을 막아내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바다에서 희생당한 남자의 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시장과 구청장이 있는 부스로 가서 보상에 관한 타협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무엇보다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죽어버린 물고기 수 천 마리의 모습이 흉물스럽고 물고기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가 엄청납니다. 여기 서 있는 기자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입니다. 또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전하겠습니다. JBS방송 r 기자였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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