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5일째 저녁
385.
죄질이 아주 나쁜 것이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죄질이 소문이 나면서 그곳에서마저 생활이 힘들었다. 그는 부인에게서 외면당했고 하나뿐인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행위를 용서할 수 없었다. 가족은 교도소의 면회를 오지 않았고 직장도 잃고 가족에게서 버림을 받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점점 늙어갔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한 덕분에 몸은 탄탄했다. 착실하게 교도소 내 생활을 한 결과 그는 모범수로 가석방의 빛을 보게 되었다. 모든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를 하여 그는 이를 악물고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 빈털터리로 시작해서 인슈 타워의 경비로 오게 된 것이다. 과오를 알고도 발탁해준 이 빌딩에 충성을 다해야 했다.
새벽 2시에는 들고 온 튀긴 닭과 맥주를 마시고 시원하게 잠이 들면 그만이었다. 그 시간 이후 빌딩은 알아서 돌아간다. 살아 있는 것처럼. 빌딩은 아침까지 고요하게 숨을 쉴 뿐이었다. 경비가 근무한 4년 동안 인슈 타워는 평온한 물처럼 잘 지내왔다. 대형 사고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고 건물에 균열이 발생한 곳도 없었다. 경비는 엘리베이터 5호기 앞에 있었고 그의 뒤에 무인 순찰 로봇이 소리 없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경비가 자리를 비운 경비실의 수십 대 모니터, 그중 한 대에는 자줏빛을 발하는 괄태충 한 마리가 저쪽 감시카메라에 붙어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순간 모니터가 꺼졌다. 1층까지 내려와야 하는 엘리베이터 5호기가 31층과 30층 사이에서 멈췄다. 엘리베이터는 아프다는 듯 경보음을 고요한 빌딩 속에 울려 퍼지게 했다. 인슈 타워 안에 남아서 잔업을 하던 사무실 속의 사람들이 놀라서 복도로 나왔고 비상연락망으로 경비실에 전화를 하는 모습들이 모니터에 잡혔다. 경비실의 모니터는 차례로 하나씩 탁탁 소리를 내며 꺼져갔다. 경비는 목적의식이 생겨났는지 경비실로 날렵하게 뛰어 들어와 모니터를 체크했다. 모니터 몇 개가 꺼져있었다. 화면이 꺼져있지 않는 모니터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는 곳을 보여주는 모니터도 있었다. 경비는 무인로봇을 작동하는 조이스틱이 있는 조종석으로 가서 앉았다. 무선으로 무인 순찰 로봇을 작동시켰다. 조이스틱에 녹색불이 들어오며 모니터로 로봇이 움직였다. 로봇의 눈으로 보이는 곳이 모니터로 나타나야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경비실의 인터폰이 계속 울렸다. 인슈 타워는 두 달에 한 번씩 소방훈련을 꾸준하게 했지만 사람들은 훈련에 대부분 건성이었고 소방서에서도 형식적으로 하는 분위기였다. 완벽한 인슈 타워에서는 소방훈련이 겉치레로 이루어졌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아직 사무실에 남아서 일을 하던 사람들은 빌딩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니 훈련의 일환인가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사무실 밖으로 잠깐 나가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잘못 경보가 울리는지 궁금했다. 훈련에 대해서 사전에 보고받지도 못했다. 인터폰으로 사무실 직원들에게 경비는 훈련이 아니라고 했고 일단은 자신이 알아봐야 하니 엘리베이터가 멈춰있는 곳으로 직접 올라가 보기로 했다.
경비는 4호기의 엘리베이터에 타고 3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잘빠진 스포츠카처럼 소리도 없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일반 아파트 속의 엘리베이터보다 속도가 빠르고 부드러웠다. 그래야만 한다. 속도는 일반 아파트보다 빨랐지만 편안하고 안전했다. 속도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경비가 올라탄 4호기가 위로 올라 갈수록 묘한 냄새가 풍겨왔다. 허리에 찬 경비봉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손에 땀이 배였다. 경비봉을 빼 들었고 가스총 집의 단추를 풀었다. 단추를 풀자마자 경비는 손으로 코를 막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누린내가 심하게 풍겨왔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 갈수록 이 걷잡을 수 없는 기분 나쁜 누린내는 점점 더 퍼졌다. 경비는 그동안 한 번도 만들지 않았던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