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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r 19. 2021

비는 소바와 티라미수를 타고 1

단편 소설


1.


그녀가 고개를 숙일수록 속옷을 입지 않아서 티셔츠의 목 라운드 부분으로 그녀의 가슴이 보였고 젖꼭지가 보였다. 그녀는 마른 몸에 비해 어울리지 않을 법한 가슴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엉덩이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의미 없는 행동을 했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기도 했다.


“저기 당신에게 할 말이 있는데”라고 내가 말을 하자, “뭔데요?”라며 어떤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섞이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설명하자면 무개성의 목소리다. 목소리는 누군가에게 있어서 얼굴만큼 그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일 텐데 그녀에게 있어서 목소리라는 것은 개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독특한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내가 좀 난처한데 말이지.”


“왜요?”라고 그녀는 무심하게, 무개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속옷을 입지 않은 덕분으로 당신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가슴이 다 보여서 말이야.”


그녀는 자신이 속옷을 입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한 말을 듣고서야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티셔츠는 내 것이라며(나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너무 크다고 투덜거렸다.     


“그렇다는 건 당신에게 피해가 간다는 말인가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나에게 피해가 온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까지 내가 말을 했을 때 그녀는 내 말을 끊고 “만약 당신이 반바지를 입고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할 때, 당신의 그것이 나에게 보인다면 어떡하겠어요?”라며 나의 페니스가 있는 위치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손바닥으로 수염을 쓸듯 턱을 만지며 “글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라고 대답을 했다.


“어째서 그런 거죠?”


“그거야 일단 우리 두 사람의 사이가 그런 것이고 또 여기는 사람이라고는 우리 둘을 제외하곤 전혀 없어서 말이야.”     


“거 봐요, 세상에는 사소한 동작이 만연해 있어요. 우리가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 말이죠”라며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다리로 몰려드는 모기들 때문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은 모기들이 많았다. 모기 천국이라 해도 될 만큼 많았고 그들에게는 우리 둘의 출현이 몹시 반가운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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