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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6. 2020

감별사 2

단편 소설

변은 왜 항상 묽냐고?

거참 별걸 다 물어보는군.

새들은 날아다니기 위해 무게를 줄이려고 장이 직선으로 진화를 하면서 더불어 대소변의 구멍이 하나로 모아졌지.

단일화를 이룬 셈이지.

그래서 새에게 항문이니 오줌보니 하는 명칭은 없어.

배설문이라고 통칭해서 불러.

이제 알겠나?

그리고 그 단일화된 구멍으로 알도 나오게 돼.

가끔 새들의 알에 배설물이 말라서 묻어있는 경우를 보았겠지.

응?

뭐?

독수리?

그래, 독수리들은 뭐? 아, 독수리들은 사체의 썩은 고기만 먹는데 배탈이 없느냐는 말이지?

앞서 말했지만 새들은 진화를 해야 했어.

너희들이 정말 만물의 영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이 의문투성이야.


무척 추운 겨울에 옷을 입지 않는 길고양이나 쥐가 어떻게 추위를 견디고 있는 거 같나?

털이 있어서?

정말 멍청하군.

그건 말이야 심장이 너희들보다 10배 내지는 20배 빨리 뛰기 때문이지.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견딜 수 있어.

신진대사가 너희들보다 무척 빨라.

덕분에 너희들보다는 오래 살지 못하지.

마찬가지로 새들의 체온은 40도가 훨씬 높아.

체온이 높다는 말은 소화를 시킬 시간이 시간이 아주 짧다는 말이야.

음식이 위에 닿는 순간 그대로 녹아버리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뼈는 뱉어내지만 육식하는 새는 발라내거나 뱉어내는 행위를 취하지 못해.

그대로 위에 들어가서 소화시키는 시간을 아주 단축해서 바로 녹아버리는 거야.


너희들이 너희들에게 욕을 할 때 새대가리라는 말을 하지.

우스워.

몸무게를 줄이려 우리들이 뇌의 크기도 작게 진화가 된 건 맞지만 말이야.

그건 인정하지.

적확하게 뇌가 줄어들었지.

내가 질문을 하나 하지.

괜찮겠나?

그래 좋아.

너희들은 우리들보다 뇌가 크고 머리가 무척이나 좋지.

세계를 거의 다 점령하고 바다와 심지어 우리들의 공간인 하늘까지 점령한 걸 보니 말이야.

그렇게 좋은 머리를 가진 너희들이 책을 100권 읽었다고 치자.

굉장히 많은 양이지?

그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해서 머리가 터지나?

아무렇지 않지?

반대로 그 많은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해내나?

어느 페이지의 부분을 말하라고 하면 자네는 기억을 해서 말하겠는가?

너희들은 기억을 못 하지.

머리 좋은 너희들도 그렇게 되어버렸지.

우리들은 많은 정보를 기억하지 않는 대신 몇 가지의 확실한 정보를 입력하고 그것을 각인하도록 진화했지.


각. 인. 이야.

기. 억. 이 아니야.

그 몇 가지의 정보를 머리에 조각칼로 양각으로 새기고 머리에 박아 놓아 버리는 거야.

각인된 우리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어버리지 않아.

너희들처럼 쓸데없는 정보를 집어넣어서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한 번 갔던 곳으로 다시 올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각인된 정보로 되돌아와 보니 안식처에 공장이 들어서 버린 거야.

다른 곳을 찾아가면 된다고 너희들은 말하지만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다른 곳은 이미 다른 철새들이 자리를 차지했어.

나는 너희 나라에 오면서 가족을 다 잃었지.

이제 나 혼자 남았어.

사실 조금 무서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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