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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5. 2020

감별사

단편 소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카페에서도 그렇고 몇 분이 제가 하는 일을 궁금해하십니다. 매일 조금씩 글을 여기저기 올리는데, 글 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렵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일을 하는지 제법 궁금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제가 하는 일은 비둘기 감별사입니다. 카페에서 새의 암수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결국 궁금해하네요.


 우리나라에서 비둘기를 수출하는 거 아십니까. 비둘기 감별은 수출하는 새끼 비둘기를 감별하여 분류하는 직업입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참새를 비둘기의 새끼라고 하던데 웃기고 뭐 그렇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둘기 수출 900억 원대 규모입니다. 외교 통상부에 의해서 이미 2014년 천억 원대 목표로 두고 있었기 때문에 새끼 비둘기를 수출하는 농가에서는 많이 바쁩니다.


 새끼 비둘기 암수 감별법은 병아리와 흡사합니다. 부화되면 나타나는 색을 보고 암, 수 구별해 내는 유색 감별이 있고, 깃털의 차이를 가지고 감별해 내는 깃털 감별법, 새의 특성상(알과 소변과 대변이 나오는 구멍이 동일함, 가끔 메추리알에 똥이 묻어있는 경우) 항문 주변의 표피를 열어서 빛깔, 감촉, 탄력 등으로 암 수를 구별해 내는 지두감별법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력이 있어야 하고 새를 조목조목 잘 알아야 하겠지요. 비둘기를 수출하는 이유는 유럽연합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염려해서 몇 해 전부터 한국의 농가에서 깨끗하게 사육되어 부화된 새끼 비둘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도 그렇지만 현재 북유럽을 제외하고 조류인플루엔자가 골고루 퍼져있는 상황이고 사람에게 전염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사람에게 옮겨 붙지 않는다고 언론은 늘 보도하지만 수입을 하는 이유가 있거든요.


 일단 사람에게 옮겨 붙게 되면, 눈 주위와 코는 화농성 분비물로 뒤덮이게 됩니다. 시야가 점점 나빠지고 협착이 올 수 있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면역이 약한 부분부터 기생충에 갉아먹히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조류인플루엔자입니다. 요즘은 더 강력해져 분자구조 상 아미노산이 5개를 가진 마름모 구조인데 걸리게 된 새는 뇌가 그대로 녹아버립니다.


 대한민국은 95년부터 발효된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라서 8차 협정에 의해 상품그룹에 농산물과 축산물, 축산물에 병아리와 새끼 비둘기가 들어갑니다. 유럽연합의 몇 개의 나라와 도시에서 한국의 새끼 비둘기를 수입하고 있는데 새끼 비둘기의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둘기는 한국에서는 요리로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많은 나라에서 각종 요리로 비둘기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먼저 가장 수입을 많이 하고 있는 나라는 도이칠란트입니다. 수도인 베를린의 일급 식당에서 비둘기 요리가 나오고 있는데 도이칠란트에는 수놈만 수출을 합니다. 수놈은 커가면서 토실토실해질수록 살이 부드럽고 영양가가 높고 무엇보다 닭이나 터키에 비해 지방 함량이 낮아서 칼로리가 적습니다.


 전쟁으로 병들었던 남오세티야에는 암놈만 수출을 합니다. 남오세티야 그루지야 지역에는 새끼 비둘기를 수입하여 사육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토양보다 질이 떨어지는 토양이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들은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산 암놈 비둘기와 그 나라의 수놈 비둘기의 교미를 통해서 평화와 식량을 해결하는 방편을 마련하는 용도입니다.


 그리고 러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와 그린란드에도 새끼 비둘기가 수출되고 있습니다. 비둘기 감별은 바쁠 때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있고 한 번 출근을 하고 며칠을 쉬는 사이클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래서 한가할 때는 꽤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까다롭고 중요한 작업이라 한 마리당 2만 오천 원에서 3만 원의 커미션이 떨어집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제게 어떠한 능력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 기관에서 나를 찾아왔죠. 그리고 고민 끝에 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

뭐?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

나는 겨울에 찾아오는 철새지.

수많은 철새 중에서 쇠기러기라고 불리지.

너희들 중 몇몇은 우리들을 가리켜 ‘anser albifrons’라고 부르더군.

너희 나라에 찾아온 지는 꽤 오래됐지.

아마도 너희 나라에는 10월에 찾아와서 이듬해 꽃이 피는 3월이 오면 떠나지.

우리는 큰 떼를 지어 다닌다.

뭐?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겠군.

계속하지 앞으로 질문은 하지 말아 줘.

아니 내 말이 다 끝이 나면 그때 질문을 해주겠나.

부탁하지.


다행인 건 말이야

너희 나라에서는 알을 낳지 않아.

다 잡아먹을 테니 말이야.

이곳에서는 번식하지 않지.

우리는 3월이면 북아프리카 유라시아 대륙의 툰드라 지역으로 가서 번식을 하지.

우리는 한 번에 4~8개 정도의 알을 낳을 뿐이야.

우리 아기들은 우리들과는 달리 이마의 흰 점과 배의 금은색 줄무늬가 없어.

그래도 무척이나 귀엽지.

아가들이 태어나면 우리들은 부리를 하늘로 쳐들고 기쁨에 겨워 외쳐대지.


너희들은 새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거 같더군.

다른 동물들처럼 조금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랐지.

길거리에 버려진 길고양이나 족제비에 쏟는 관심의 십 분의 일만 가져주기를 바랐다면 큰 욕심일까.

너희들은 말을 하지,

왜 새들은 날아다니면서 배설을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우리들 철새는 그동안 하늘을 날아서 꽤 먼 곳까지 가려면 몸무게를 줄여야 했어.

그래서 그동안 진화를 해 온 거야.

너희들이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어서 보온효과를 내니 그 역할을 하던 겨드랑이의 털이나 사타구니의 털이 서서히 줄어들도록 진화를 하듯 말이야.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나.

체내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장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번은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지.

가장 무거운 장기가 위장과 직장이지.

너희들은 장의 길이가 대략 11미터? 22미터인가? 아무튼 엄청나지.

우리들, 새들도 위장과 직장의 길이가 길고 무거워서 무게를 줄여야 했지.

너희들의 장기가 구불구불한 것에 비해서 우리들은 일직선으로 위장이 되어있네.

그래서 먹이를 먹으면 바로 소화를 시키지.

비행을 하다 먹이를 발견하고 먹고 날아오르면 그 순간부터 소화가 되어서 그대로 배설을 해버리는 거야.

그래야 꾸준한 비행이 가능하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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