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에세이
일드 ‘와카코와 사케'의 한 챕터에서 와카코는 회식 담당을 맡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부서와 타 부서원들을 모두 책임지고 회식자리와 회식 메뉴를 결정해야 한다. 이게 보기보다 참 까다로운 일이다. 사람들은 모두 입맛이 제각각이라 10명 중에 9명이 맛있는 음식도 한 명이 싫다고 할 수 있다. 싫다고 하는 사람이 가장 연장자이거나 대장이면 9명이 그 맛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회식을 할 때 회식 담당이 맛없는 곳을 고르는 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도 없다. 나는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기 때문에 회사의 회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할 순 없지만 군대 있을 때 상병 몇 호봉이 되면 내무반의 회식을 담당하는 시기가 온다. 그래서 소대 회식이 있는 날이면 책임져야 하는데 맛이 없어서 병장들에게 찍히면 회식 담당에서 늦게 벗어나게 된다. 회식 담당을 하는 동안 그것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힘겨워하는 사람은 참 힘들어한다. 고욕인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병장들 모두의 입맛을 채울 수는 없다. 단지 군대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라 그저 잘 먹는 것을 감안한다면 회사의 회식보다는 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회식이 실패가 되었다 해서 어딘가로 끌려가서 한 소리를 들으며 엎드려뻗쳐하지는 않을 테니 또 낫다고만은 할 수 없다.
나는 겨울에 회식 담당을 맡았는데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꽤 빨리 벗어났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손으로 붙이고 만들고 하는 것을 곧잘 해서 고참들이 무엇인가를 만드는 걸 수발드느라 남들 다 낮잠을 잘 때 나는 잠들지 못했기에 또 낫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인생이란 참 그런 것이다. 내가 회식 담당이었을 때는 피엑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피엑스에는 컵라면을 많이 먹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 대형 전기 찜통기가 있다. 그 찜통기의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 나였다. 동시에 찜통기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었다. 그 말은 찜통기를 잘 활용하면 회식에 다른 내무반보다 유리해질 수 있다. 누군가 생일자가 있거나 회식을 해야 하는 날이면 운전병을 통해 생닭 세 마리를 구해오게 했다. 닭다리에 실을 묶어 닭을 찜통기 안에 넣어두면 푹 삶긴다.
찜통기 안은 어지간한 것이면 모든 것이 다 푹 삶긴다. 물이 팔팔 끓어야 컵라면도 맛있기 때문에 점오 전에 닭을 빠트려 놓고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점오가 끝나고 실을 들어 올리면 닭이 아주 잘 삶겨있다. 그럼 뜨거운 물은 육수가 되어 있다. 소대원들의 컵라면에 닭 삶은 물을 붓고, 삶긴 닭 세 마리의 살을 죽죽 찢어 골고루 컵라면 안에 넣어서 먹게 했다.
닭 뱃속 안에 찹쌀과 쌀을 넣어 두면 죽처럼 된다. 고참들의 컵라면에는 또 이 닭죽을 같이 넣는다. 고작 컵라면뿐인데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런 추억은 아마 영원히 따라다닐 것이다. 물론 회식 후에 찜통기를 청소해야 하는 굉장한 번거로움이 있다. 육수는 다른 내무반에서도 컵라면에 받아 가려고 줄을 선다. 재미있는 추억이다.
와카코와 사케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는 챕터가 있다. 와카코가 회식을 담당해서 돼지 꼬치구이 집을 회식 집으로 잡았는데 먹어보기 전에는 부서 사람들이 응? 하는 분위기였지만 먹고 난 후에는 전부 행복해한다. 맛있는 음식을 하루 중에 먹을 수 있다면, 설사 인생에 있어서 그것뿐이라도 덜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