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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18.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27

14장 6일째

427.


 그 괴수라는 건 무엇일까. 50대 남자가 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의 모습일까. 어쩌면 장군이가 말하던 무서운 존재의 하나일까. 그 무서운 존재가 나였을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본모습이었을까.


 마동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기억이 나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정신을 잃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없었다. 쓰러진 것도 기억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것이 꿈이었다면 나았을까.


 잠이 들어 버리면 꿈을 꾸지만 깨고 나면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려 남쪽으로 날아가는 새와 같았다. 꿈이었다면 새처럼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가지 않았다. 저 멀리 가버리지 못했다. 꿈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마동도 ‘그것’의 실체가 알고 싶었다. 마동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무엇에 홀린 듯 마동은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 보니 철탑 밑이었다. 마동은 류 형사에게 어떤 형태로든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 형태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모양이 에셔의 그림처럼 정확성이 떨어지는 형태였다. 그 형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으로 마동을 짓눌렀다.


 “산길에 만들어 놓은 조깅코스를 따라가다가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가스에 취한 듯 이내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고. 제가 기억하는 건 이게 다입니다.” 마동은 다시 커피 잔을 돌리며 말했다. 류 형사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병원에 진찰을 받아 보셨습니까? 왜 갑자기 쓰러졌는지 쓰러진 후에 후유증은 없는지 말이죠.”


 “아니요, 가지 않았습니다. 쓰러진 것 때문에 조짐이나 이상 징후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아서 진찰은 받지 않았습니다.”


 류 형사는 이 말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시간은 조금씩 계속 흘렀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문명이 매일 무엇에 의해 조금씩 파괴되어 가는 것 같군요. 하긴 인간이 제일 많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파괴해버리는 종족입니다. 돈이 된다면 가차 없이 모든 것을 파멸하고 잠식하는 게 인간이니 이제 벌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지요.”


 류 형사는 컵을 들었지만 형사의 컵 안에는 커피도 얼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동은 그런 류 형사를 보며 자신에게 준다며 들고 온 음료를 손으로 밀어 류 형사에게 권했다. 류 형사는 눈인사를 하고 커피 잔을 들고 빨대를 빼버린 후 커피를 빠르게 마셨다.


 “이 기이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결국엔 우리 경찰은 그 말라버린 시체에 대해서는 어떤 단서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건 앞으로도 단서는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먼지가 되어버린 시체를 가지고 단서를 잡아내는 기술력도 아직 없습니다. 미제사건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도시에는 미제사건이 일 년에 삼, 사천 건 정도가 늘 있습니다. 방향을 잡을 수 없는 사건이 늘 쏟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지방 검경이 모두 이 사건에 매달리고 있어서 미제사건이 대략 800여 건이 더 늘어날 겁니다. 본청에서 내려온 정부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한 방향으로 조사를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건과 관계없는 움직입니다. 본부에서는 무조건 그들에게 협조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들은 사건의 해결과는 무관하게 조사를 하고 있어요. 뭔가 이상합니다. 아주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이런 꺼림칙한 기분은 처음입니다.”


 와그작.


 “속옷을 잔뜩 먹고 죽은 남자의 부인은 정신이 웅덩이에 버려져 건져내도 축축한 채입니다. 아직 한창이고 얼굴도 미인이던데 말이죠.” 류 형사는 부인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류 형사는 입속으로 얼음을 다 털어 넣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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