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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pr 27. 2021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436

14장 6일째

436.


 마동은 군 생활 시절에 자살한, 친하게 지냈던 전우를 떠올렸다. 달을 보며 지내왔던 군 생활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전우는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 총기사고로 전사한 전우는 선임들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마동은 그것을 부대에 말했지만 구타만 강했다. 전우는 입대해서 부대에 배치받을 때부터 관심사병으로 따돌림을 당했다. 시간이 전진할수록 덩어리가 점점 커져만 갔다. 자살을 했지만 군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일요일 야간근무가 없으면 달을 보고 있는 마동의 곁으로 와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던 전우였다. 말이 조금 어눌했다. 그것이 다르다는 이유였고 그 이유로 늘 괴롭힘을 당했다.


 그렇다면 군대에서 받아주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닌가. 전우는 무척 적응하려고 애를 썼지만 부대의 다른 병사들의 눈에는 그저 가시 같은 존재였다. 단체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임들은 점호가 끝나면 그 친구를 침상에 불러서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성희롱을 즐겼다. 후임이라는 이유로 그는 그것을 참아내야 했다. 마동은 마음에 분노가 이는 것을 느꼈다. 카페 주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몸이 다시 뜨거워지려 했다.


 “유격은 물론이고 혹한기보다 더 심한 훈련을 받아야 하고 공수훈련도 겸해야 했어요. 굉장히 힘든 나날들이었어요. 헬기 레펠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헌병 특수임무대 경연대회라는 것이 있어요. 저희 부대는 그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을 했어요. 대회가 열리면 32개 예하 사단에 대한 사전 경연대회로 우수 사단을 선발합니다. 대회는 육군 교도소에서 열리는데(때에 따라서 달라진다) 평가의 우수한 성적을 얻으려고 특수임무대는 엄청난 훈련을 해야 해요. 20여 명의 전문 군 관계자 평가단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전문평가단의 여건에 만족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는 대테러 초동조치나 강력사고의 발생 조치, 재난구조 활동 등의 훈련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부대는 그곳에서 언제나 우승의 영예를 거머쥐었기 때문에 우승을 놓치는 날에는 그야말로 어떤 불상사가 떨어질지 몰랐어요. 저도 그 당시엔 날렵했는데 말이죠.” 카페 주인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정말 내가 그렇게 날씬하고 날렵했던 적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표정을 지었다.


 “헌병대에서는 군인들이 살인,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그들을 수사하는데 필요한 훈련 이외의 훈련이 너무 많아서 제대하는 그날까지 고생이 심합니다. 그것은 저뿐만이 아니라 특수임무대에 들어온 군인들이라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해요. 그 속에서 숨을 트일 수 있게 하는 건 가끔 찾아오는 휴가나 외박, 외출이었죠.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이야기도 외출해서 선임들과 함께 이야기를 쏟아내며 비교적 즐겁게 지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날을 위해서 힘든 훈련이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끊임없이 이어져도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지낼 수 있었어요.”


 창밖의 비는 너무 거세게 쏟아져서 카페 안에 흐르는 음악소리를 먹어 버렸다. 밖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면 피부가 따끔거릴 것이다. 그만큼 굵고 검은 비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다가오는 겨울이면 제대를 하느냐 다시 직업군인으로 복무를 하느냐 하는 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어요. 그해 여름이었죠. 다른 소대에 비해서 군기가 해이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저희 중대 내무반에서 총기사고가 있었어요. 저는 심한 공황상태에 놓였습니다. 결국 기강을 흩뜨려 놓아서 이런 사고가 발생된 것이 전부 저의 책임인 것 같았어요. 정말 나 혼자 어떻게든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페 주인은 이야기 속으로 명확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병장 하나가 직속 일직사관을 쏘고 탈영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었죠. 솔직하게 부대원들에게는 그런 사건이 터지는 것이 훨씬 나았습니다. 훈련이 없기 때문이죠. 밤새 탈영병을 수색하는 것이 훈련하는 것보다 덜 고되니까요. 육군 최고의 특수임무대라는 사명을 띠고 탈영병을 찾아 나섰습니다. 저만 정신을 바로잡지 못하고 수색작업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수색조는 6개 조로 나뉘어 탈영병의 동선을 살핀 후 범위를 점점 좁혀가는 것이죠. 탈영한 병장도 수색작업을 해왔던 군인입니다. 자신이 곧 잡힐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죠. 탈영병은 제대를 갓 4개월을 남긴 병장이었습니다. 저와 외출을 나가 소주도 한잔씩 기울였고 속내를 이야기했던 군인이었죠.”


 쿠쿵하는 천둥소리에 카페의 주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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