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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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길고양이들과의 인연이 있다. 고양이들과는 도저히 간극을 좁힐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어쩌다 보니 길고양이 틈에 끼여 길고양이화 되어서 길인간?이 되기도 한다. 한 번 인연이 닿은 길고양이를 찾으려 한 달을 그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정리해서 올리기도 했다.
어제, 집에서 고양이를 12년 동안 키운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키우는 개에 대해서(물론 나는 키웠던 개들이었고, 그 사람은 현재 두 마리 키우고 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 만났지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아직 키우는 개들을 무지개다리를 건너 보낸 적이 없고 나는 여러 번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냈기에 마지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인간으로 치면 거의 백 살이 넘는데 병원에서는 아직 건강하다고 했단다. 내가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이 전부 유기견이었던 것처럼 그 사람도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키웠는데 오래도록 키우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퍼그도 두 마리 키우고 있는데 남편도 적극적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공감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마냥 천방지축 아이 같은 개에 비해 물수제비처럼 느긋한 면모를 온몸에 한 껏 지니고 있는 고양이는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한 동물이라면 동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길 강아지? 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강아지는 혼자서 터덜터덜 길거리를 막 다니는 경우는 없다. 이제 길거리에서 개똥 밟았다!라는 말은 사라질 것 같다. 이런 날이 오다니. 그럼에도 길고양이들은 주인 없이 여기저기 많이도 있다. 내가 다니는 길목에만도 길고양이들이 많은데 모습이 다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길고양이들은 덩치가 작고 어릴수록 안타깝게 보이지만 전혀 딱하게 보이지 않는 길고양이도 많다. 저건 도대체 뭐지? 하는 길고양이들도 있다. 개보다도 크고 자동차가 와도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는 길고양이도 있다. 개보다도 크다니까. 왈왈 짖는 개가 아닌 워워 짖는 개만큼 큰 길고양이들의 표정도 몹시 귀찮아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만화 속에 나오는 고양이의 얼굴에서 벗어났다. 그런 못난이 얼굴의 길고양이를 보는 재미는 확실하게 있다.
길고양이들은 어제나 경계를 하고 있다. 주로 인간에게 늘 경계태세를 취한다. 인간은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야생 동물들에게 위협적이고 배척해야 하는 존재로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줌이 없는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는 고양이들을 담으려면 고양이들 가까이 가야 한다. 당연하지만 고양이들에게 다가가면 고양이들은 도망가버리고 만다. 재빠르다. 재고 자시고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다가오면 후다닥 도망가버린다. 가까이 다가가서 이렇게 고양이 세 마리가 나를 보는 장면을 담는 건 기적에 가깝다.
어떤 길고양이는 인간이 잘 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이 지나가면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마치 보호색으로 몸을 가린 후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인간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인간은 왜 저렇게 걸어 다니는 걸까냥. 도대체 인간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불안하게 자꾸 움직이는 것일까냥. 인간이란 인간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건 얼굴뿐이다냥. 얼굴만 드러내 놓고 다니니까 인간에 대해서 알 수 있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냥. 인간은 고양이보다 왜 못 생겼을까냥. 같은 생각을 하면서 우리를 몰래 본다. 그런 길고양이도 있다.
가장 최근에 찍은 길고양이 사진이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로 오는 경우가 있다. 아마 메트로폴리탄인 이 도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달동네일지도 모른다. 한 달 정도 전부터 보상을 받은 동네 사람들이 떠나가고 철거가 이루어졌다. 이 동네를 기점으로 주위는 전부 새로운 건물에 새로운 마트에 편의점이 가득하지만 이 동네만은 오래 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야외 화장실이 있는 집들. 하루 이틀 사이에 집들이 깡그리 무너졌다.
거길 지나오는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마도 고양이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누워서 자던 편안한 곳도 사라졌고 음식을 챙겨주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인 것이다. 지나가는데 나를 보면서도 계속 운다. 고양이의 울음소리에도 설움이 깃들여 있다.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전혀 내 쪽으로 올 생각이 없다. 사진을 자세하게 보면 고양이가 두 마리다. 아마도 부부 고양이로 앞으로 태어날 새끼 고양이도 걱정이 되고 현재 먹고사는 걸 고민하는 울음소리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나 인간이나 먹고사는 건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고민이다. 다음 날 다시 가 보니 동네는 좀 더 부서져있고 고양이는 저 자리에는 없었다.
가끔 고양이를 괴롭히는 뉴스를 본다. 괴롭힌다는 말은 실제로 괴롭히는 것에 비해 와 닿지 않는 말이다. 꼭 응원합니다! 와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응원한다는데 어떤 식으로 응원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좀비가 나오는 어떤 영화나 뱀파이어 영화에서는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보다 인간이 더 ‘악’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좀비와 뱀파이어는 인간밖에 먹을 게 없으니까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을 먹지도 않으면서 이유 없이 괴롭히고 괴롭히다 죽이기도 한다. 인간은 인간을 장난으로 죽인다. 하지만 육식동물이나 좀비는 생존하기 위해 사람을 먹는다.
그런 인간이 고양이를 이유 없이 괴롭힌다. 고양이는 영문도 모른 채 정수리에 못이 박혀 죽기도 한다. 한없이 나약한 길고양이들은 악랄하고 무서운 인간 세계에 이렇게 섞여 살아가고 있다.